청창사 16년 만 폐지 , 내년부터 재도전성공학교 전환
졸업생 후속지원 축소 우려, 교수들은 업무·고용 불안
중기부 “후속지원 계속”, 현장선 ‘모두의 창업’ 탓 반발
[헤럴드경제=홍석희·김서현 기자] 16년 간 운영된 ‘청년창업사관학교(청창사)’ 예산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전액 삭감됐다. 교수와 졸업생들은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모두의 창업’을 전면에 내세우는 과정에서 청년창업사관학교가 통폐합되고, 이 때문에 기존 혜택들이 모두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중기부는 기존 졸업생들에 대한 지원이 일률적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1일 발표한 2027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올해 16기를 끝으로 종료된다. 대신 내년부터는 기존 청창사가 사용하던 전국 거점·시설·인력을 활용해 ‘재도전성공학교’를 운영한다. 첫 창업의 사업화와 시장 진입을 돕던 공간이, 실패한 창업자의 재기를 지원하는 곳으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재도전성공학교에는 595억원이 편성됐으며 실패 원인 분석과 맞춤형 교육·컨설팅, 비즈니스모델(BM) 재설계 등을 지원한다.
청창사는 그동안 운영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들이 지적돼 왔다. 전국 거점이 19개로 지나치게 많고 중진공 직영과 민간위탁 등 운영 방식이 제각각인데다, 허위 세금계산서를 이용해 정부지원금 1억600만원을 부정수급한 사례도 적발됐다. 한 청창사 졸업생은 “일부 위탁 운영사가 특정 대표들만 편애해 유리한 대우를 받는다는 이야기도 내부에서 계속 나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교수와 졸업생들은 폐지에 반대하고 나섰다. 운영상 문제는 제도 개선으로 보완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현장 논의 없이 폐지 방침이 갑자기 통보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청창사 동문회 관계자는 “16년간 예산을 투입해 구축한 전국 거점과 운영 노하우, 창업가 네트워크를 없애는 일”이라며 “폐지를 막기 위해 국회 토론회 개최 시도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반발하는 이면에는 후속지원 문제도 놓여있다. 청창사는 졸업을 한 기업이더라도 이후 5년간을 관리하며 해외전시회 참가, 크라우드펀딩, 해외 기업설명회(IR), 정책사업 연계 등 별도의 후속지원 기회를 제공해 왔다. 동문들은 이 같은 졸업기업 전용 프로그램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한 청창사 졸업생은 “졸업후 1년 내에 제품까지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 후속지원이 중요한 이유”라며 “후속지원을 받은 뒤 3년 안에 제품을 만들어 실제 매장을 4개까지 늘린 동문도 있다”고 말했다.
청창사 졸업기업이 다음 단계로 참여할 수 있었던 글로벌청년창업사관학교와 딥테크청년창업사관학교도 이번 개편 과정에서 함께 정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두 과정 모두 창업 7년 이내라면 청창사 졸업연도 제한 없이 지원할 수 있었다. 선정 기업에는 각각 최대 2억원의 사업화 자금과 해외진출·투자유치, 기술사업화 프로그램 등이 지원된다.
동문 네트워크가 약해지는 것도 문제로 꼽았다. 총동문회 관계자는 “안산 본교에서 행사 장소를 지원받고, 청창사가 보유한 졸업기업 연락망을 통해 행사 소식을 알리는 등 인프라를 활용해왔다”며 “1000명 이상이 참여하는 커뮤니티를 토대로 자체 동문펀드까지 조성해 후배 기업에 투자해왔지만, 앞으로 신규 졸업생 유입이 끊기면 이 같은 네트워크의 확장성도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교수들의 일자리 문제도 걸려 있다. 청창사 교수로 재직했던 A씨는 “초기 창업은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고 시장에 안착하도록 돕는 과정이라면, 재도전은 기존 사업의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비즈니스모델(BM)을 다시 설계하는 과정”이라며 “필요한 멘토링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기존 청창사에서 초기 창업기업을 보육해온 교수들이 내년부터 갑자기 재도전 기업을 맡게 되면 전문성이 부족할 수 있으며, 일부 인력 고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청창사 교수진 대부분은 공무직이지만 지점에 따라 10~20%가량은 1년 단위 계약직으로 근무한다. 계약직은 업무평가를 거쳐 재계약하거나 공무직 전환 기회를 얻는 구조다. 기존 청창사 교수들은 담당 기업의 매출·투자유치 등 KPI를 관리하며 성과 압박을 받아왔다. 재도전성공학교에서도 KPI가 마련된다면, 업무 성격 변화가 향후 일부 교수들의 거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중기부는 청창사 폐지로 기존 졸업생의 후속지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후속지원은 자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라기보다 기업 상황에 맞는 정책자금·수출·인력양성 사업 등을 안내하거나 연결해주는 형태”라며 “졸업 후 5년간 경영 현황 관리, 정보 제공용 시스템 이용 등 혜택은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존 청창사 인력이 졸업기업에 지금처럼 개별 사업을 안내·연계하는 역할까지 계속 맡을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교수 고용에 대해서도 기존 인력의 고용을 승계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사업화자금 관리와 창업 코칭 등 기존 업무와 겹치는 부분이 있는 만큼 재도전성공학교에서도 이들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중기부 관계자는 “초기창업과 재도전 지원의 성격이 다르다는 현장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며 “새 프로그램의 세부 운영 방식은 교수들과 협의해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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