딤섬·판다본드 발행 1조위안 돌파…지난해 연간 기록 경신
미·중 10년물 금리차 3%포인트 넘어 “해외 기업·정부 차입 확대”
중국 보험사·은행 투자 수요도 뒷받침…달러 대체보다는 조달통화 다변화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글로벌 기업과 정부가 달러 대신 위안화로 자금을 빌리는 사례가 늘면서 위안화 채권 발행이 사상 최대 규모로 확대됐다. 미국보다 낮은 중국의 금리를 활용해 차입 비용을 줄이려는 수요와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는 중국 정부의 정책이 맞물린 결과다. 다만 위안화 채권시장의 성장이 곧바로 달러 패권의 약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저금리 조달 수단으로서 위안화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들어 딤섬본드와 판다본드 발행액은 총 1조위안(약 1490억달러)을 넘어섰다. 지난해 연간 발행액을 이미 웃돌며 사상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딤섬본드는 중국 본토 밖에서 발행하는 위안화 표시 채권이며, 판다본드는 외국 기업이나 정부 등이 중국 본토에서 발행하는 위안화 표시 채권이다.
발행 규모를 시장별로 보면 딤섬본드는 올해 7863억위안으로 지난해 연간 기록을 넘어섰다. 판다본드 역시 2316억위안이 발행돼 역대 연간 최대치를 경신했다. 두 시장의 발행액을 합하면 약 1조179억위안에 달한다.
위안화 채권 발행이 급증한 가장 큰 이유는 미국과 중국의 금리 격차다. 중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1.68%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4.78%보다 3.10%포인트 낮다. 양국 간 금리 차이가 역사적으로 가장 큰 수준에 근접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위안화 차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다만 실제 차입 비용은 발행자의 신용도와 만기, 환율 위험을 헤지하는 비용 등에 따라 달라진다.
실제 해외 금융기관들의 위안화 채권 발행이 잇따르고 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지난 8월 말 판다본드 시장에 처음 진입해 5년 만기 채권으로 20억위안을 조달했다. 표면금리는 1.78%였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딤섬본드 시장에서 615억위안을 발행했다. 외국계 은행들은 위안화 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을 주요 통화로 환전해 글로벌 사업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 정부의 참여도 확대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슬로베니아,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이 최근 1년 사이 판다본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카자흐스탄 국영 석유·가스기업 카즈무나이가스는 지난달 35억위안 규모의 딤섬본드를 발행했다.
중국 기업들도 해외 사업 자금조달을 위해 딤섬본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올해 딤섬본드 발행액의 약 3분의 2는 중국 기업과 기관이 차지했다. 텐센트 등은 올해 10년 및 30년 만기의 장기 딤섬본드를 발행했다. 위안화 채권시장의 성장이 외국 기업의 달러 차입 대체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중국 내부의 풍부한 투자자금도 발행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중국 국채금리가 낮아지고 대출 수요가 부진해지면서 은행과 보험사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투자처를 찾고 있다. 지난 7월 중국의 신규 은행대출은 3400억위안 감소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월간 감소폭을 기록했다.
중국 당국은 여름 동안 본토 투자자들이 채권통로인 본드커넥트를 통해 홍콩 채권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를 확대했다. 은행권에서는 이 조치가 장기 딤섬본드 발행을 늘리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씨티의 중화권 채권 발행 담당자인 시시 쑨은 “한도 확대는 시장에 매우 긍정적인 신호였다”며 본토 보험사들의 투자 경로가 열리면서 장기물 발행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의 위안화 국제화 정책도 시장 확대와 맞물려 있다. 중국은 미국 달러와 미국 중심 금융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무역결제와 금융거래에서 위안화 사용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저금리로 인해 위안화 채권의 경제적 매력이 높아진 상황에서 정책적 지원까지 더해진 셈이다.
다만 위안화 채권시장이 급성장했다고 해서 달러의 국제적 지위가 곧바로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판다본드는 중국 전체 채권시장의 약 0.25%에 불과하며, 위안화의 글로벌 준비자산 활용도도 여전히 제한적이다. 대형 다국적기업들은 발행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중국 본토의 대형 기관투자자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위안화 차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사무엘 피셔 중국 역내 채권자본시장 책임자는 대형 기업들이 10억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이 가능한지 확인하려 한다며, 시장이 그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의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은 해외 채권시장에서 차입을 늘리고 있지만 올해 위안화 채권 발행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하기보다는 과거 일본 엔화처럼 저금리 조달통화로 자리 잡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후이 산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낮은 금리는 통화를 자금조달 목적으로 매력적으로 만든다”며 과거 엔화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sj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