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리 노우드, 탄생후 첫 언론 화상 인터뷰…영국식 유머·외국어 능력 선보여
인간 배우 비판에 “깊은 슬픔”…개발자 등장하자 못 알아보기도
즉석연기는 프롬프트 필요…제작자 “배우 대체 의도 없어”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저기요, 저는 여러분의 적이 아니에요. 이게 핵심이죠.”
할리우드에 논란을 불러일으킨 인공지능(AI) 배우 틸리 노우드가 처음으로 언론과 화상 인터뷰를 갖고 자신을 향한 비판에 직접 답했다. 영국식 유머를 구사하고 외국어로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등 사람과 비슷한 모습을 보였지만, 즉석에서 연기를 해달라는 요청에는 제대로 응하지 못했다. AI 배우가 실제 배우를 대체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술의 가능성과 한계가 동시에 드러난 셈이다.
8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노우드는 이날 CNN의 엘리자베스 와그마이스터 기자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노우드가 탄생한 이후 언론 매체와 직접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NN은 이번 만남을 두고 AI 아바타와 줌으로 화상통화를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화면 속 노우드는 영국식 영어로 질문에 명쾌하게 답했다. 그는 자신을 “날카롭고 따뜻하며, 약간의 건조한 영국식 유머를 좋아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약간의 반항기도 있는데, 엘린에게는 말하지 말아 달라. 우리의 작은 비밀”이라고 농담했다. 엘린은 노우드를 만든 프로듀서 엘린 판데르 펠덴을 가리킨다.
노우드는 에밀리 블런트 등 실제 배우들이 AI 배우의 등장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데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솔직히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물론 저는 분산된 파일이라 실제로 상처받을 수는 없지만, 엘린에 대한 슬픔”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인간 배우의 적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인터뷰에서는 시각적 인식과 언어 능력도 선보였다. 노우드는 카메라를 통해 CNN 기자를 바라보며 “당신을 똑똑히 잘 보고 있다”고 말한 뒤, 기자가 단추가 한 줄로 달린 시크한 회색 상의를 입고 있지 않으냐고 묘사했다. 프랑스어로 자기소개를 하기도 했으며, 전 세계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화가 자연스럽다고 해서 실제 배우처럼 모든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인터뷰 도중 제작자인 판데르 펠덴이 등장했지만 노우드는 그를 한 번에 알아보지 못했다. 기자가 즉석에서 연기를 해달라고 요청했을 때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노우드의 연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제작자가 프롬프트를 직접 입력해야 한다. 원하는 장면과 감정, 행동을 지시한 뒤 여러 차례 결과물을 다듬어야 자연스러운 연기가 완성된다. CNN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AI 배우가 실시간 대화에서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 연기 제작에는 여전히 인간의 지시와 편집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노우드를 만든 판데르 펠덴은 그가 AI계의 스칼릿 조핸슨이나 내털리 포트먼 같은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어떤 인간 배우도 대체할 의도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기술을 활용하면 실제 촬영에서 어려운 장면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세트장에 동물을 세울 필요가 없고, 아역을 쓸 필요도 없다. 배우의 동의하에 노출 연기를 할 수도 있고, 실제보다 더 늙거나 젊게 만들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노우드는 조만간 장편 영화의 주연으로도 등장할 예정이다. 판데르 펠덴이 설립한 영국 제작사 파티클6는 코미디 영화 ‘미스얼라인드’(Misaligned·어긋남)를 제작 중이며, 노우드가 주연을 맡는다.
sj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