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장된 후 날씨보다 ‘기후 위기’ 질문 많아
수시로 바뀌는 초단기 예보 우선 확인해야
여행을 앞두고 날씨 앱을 켰는데 ‘토요일 오후 비’라고 나온다면? 대부분은 우산을 챙기거나 일정을 바꿀지 고민한다. 하지만 기상청 사람들은 다르다. 위성영상과 레이더를 확인하고 수치예보모델까지 들여다본다. 날씨를 매일 들여다보는 사람들에게 생긴 일종의 ‘직업병’이다.
이미선 기상청장도 마찬가지다. 34년 동안 기상청에서 근무한 이 청장은 일반인처럼 여행을 앞두고 날씨를 확인하지만, 앱에 표시된 숫자만 보고 판단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일반인이 예보라는 완성된 요리를 받는다면 기상청 직원은 재료 상태부터 직접 확인하며 조리 과정을 판단하는 셈”이라고 비유했다.
오랜 기간 기상청에 몸 담은 만큼 날씨와 관련한 기억도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2000년을 앞두고 발생한 이른바 ‘Y2K’ 사태는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 사무관이었던 이 청장은 기상청 슈퍼컴퓨터에서 미국 기상예보 모델을 돌리고 있었다. 날짜가 1999년에서 2000년으로 넘어가면서 컴퓨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12월부터 팀원들과 프로그램을 수정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 모델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았다. 이 청장은 “밤새 고치려고 했는데 프로그램을 수정하지 못했고 아침이 돼서야 예측자료가 생산됐다”며 “당시 예보국장님께 혼나고 눈물 흘리며 시말서를 썼던 기억이 난다”며 미소 지었다.
지금은 인공지능(AI)이 기상예보에 활용되는 시대가 됐지만 당시에는 슈퍼컴퓨터 하나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 자체가 큰일이었다.
그렇다면 기상청장이 된 뒤 가족과 지인들에게 “이번 주말 비 와요?”라는 질문을 더 많이 받을까. 의외로 정반대였다. 그는 “기상청 간부가 된 이후에는 예보가 빗나가게 되면 제가 곤란해할까 봐 오히려 날씨를 물어보지 않는다”며 웃었다.
대신 “왜 요즘 날씨가 이렇게 극단적이냐”, “기후변화 때문에 앞으로 더 위험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요즘 가장 많이 듣는다고 한다.
30년 넘게 날씨를 다뤄온 그에게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화두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는 단순히 ‘비가 온다, 안 온다’고 말하기보다는 수시로 갱신되는 단기·초단기 예보를 확인하라고 권한다.
이 청장은 마지막으로 조금은 개인적인 바람을 꺼냈다. 기상청에서 일하면서 그가 가진 작은 소망은 “예보관이라는 직업이 국민에게 매력적인 직업으로 인식되고 가끔은 격려받는 시대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새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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