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조 연체채권 정리에도 부실부담↑
중소법인 0.92%, 1년새 0.13%P 상승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이 6월 기준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은행들이 분기 말 5조3000억원 규모의 연체채권을 정리하면서 전월보다는 연체율이 크게 낮아졌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기업 연체율 중심으로 부실 부담이 오히려 커졌다. 특히 경기 불확실성과 고환율,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겹치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채무 상환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6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이 0.56%로 전월 말 0.67%보다 0.11%포인트 하락했다고 21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달 0.52%보다는 0.04%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6월 기준으로는 2016년 0.71% 이후 가장 높다.
특히 기업대출은 1년 전보다 악화된 흐름을 이어갔다. 6월 기업대출 연체율은 0.68%로 5월 0.84%보다 내려왔지만 전년 동월 0.60%보다는 0.08%포인트 높았다. 대기업 대출 연체율 역시 0.14%에서 0.22%로 같은 폭 상승했다.
중소기업의 연체 부담이 두드러졌다. 지난 5월 1.00%까지 치솟으며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6월 0.82%로 낮아졌지만 지난해 같은 달 0.74%를 여전히 웃돌았다. 중소법인은 0.79%에서 0.92%로 1년 새 0.13%포인트 뛰었다. 6월 기준으로는 2016년 0.9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도 전년 동월 0.66%에서 0.69%로 상승했다.
반면 가계대출 연체율은 0.40%로 지난해 같은 달 0.41%보다 낮았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30%에서 0.28%, 신용대출 등을 포함한 주담대 이외 가계대출은 0.78%에서 0.77%로 각각 떨어졌다. 기업 부문의 건전성 부담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6월 전체 연체율이 크게 떨어진 데는 분기 말 연체채권 정리 영향이 컸다. 은행권이 상각·매각 등을 통해 정리한 연체채권은 5조3000억원으로 5월 1조5000억원보다 3조8000억원 늘었다. 신규 연체 발생액도 같은 기간 3조3000억원에서 2조6000억원으로 감소했다.
금융그룹의 건전성 지표에서도 부담이 나타나고 있다. 4대 금융그룹의 2분기 말 ‘추정손실’ 여신은 2조9911억원으로 3조원에 육박했다. 추정손실은 자산건전성 분류상 회수가 사실상 어려워 손실 처리가 필요한 단계로, 1분기 2조9964억원보다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중소기업의 상환 여건이 악화된 가운데 생산적 금융을 통해 기업 자금 공급이 확대되면서 은행권의 건전성 관리 부담도 커지고 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 둔화로 중소기업의 영업·재무 여건이 전반적으로 나빠졌음에도 생산적 금융 시행 이후 아무래도 이전보다 대출을 더 쉽게 내주는 경향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향후 연체율이 다시 오를 가능성도 경계하고 있다. 금감원은 “글로벌 금리상승 기조 및 중동상황 장기화 등 경제여건의 불확실성 감안시 향후 연체율 반등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은행권 건전성 현황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한편, 은행권이 선제적인 손실흡수능력 확충 및 부실채권 상매각 등을 통해 건전성 관리를 강화토록 유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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