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스타 아크로호 22일 부산 출항…수출화물 싣고 45일간 왕복

북극해 8일간 6400㎞ 운항…거리·시간·연료·비용 경제성 검증

85개 화주 737TEU 선적…쇄빙선 지원 없이 단독 운항

북극항로 시범운항 주요 운항 경로 [해양수산부 제공]
북극항로 시범운항 주요 운항 경로 [해양수산부 제공]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우리나라 컨테이너선이 실제 수출 화물을 싣고 처음으로 북극항로 가운데 북동항로 실증 운항에 나선다. 부산~유럽 운항거리를 기존 수에즈운하 항로보다 약 7000㎞ 줄일 수 있는지 확인하고 운항시간과 연료 소모량, 비용 등을 따져 북극항로의 경제성과 상업운항 가능성을 검증한다.

해양수산부는 2758TEU급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Panstar Acro)호’가 오는 22일 오후 8시 부산항신항을 출항해 북동항로 왕복 시범운항을 시작한다고 20일 밝혔다. 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를 뜻한다.

시범운항 선박 제원[해양수산부 제공]
시범운항 선박 제원[해양수산부 제공]

우리나라 컨테이너선이 북동항로 시범운항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국내 선사의 북동항로 운항도 2016년 이후 10년 만이다.

북극항로는 북극해를 이용해 아시아와 유럽·북미를 잇는 항로를 통칭한다. 크게 러시아 북쪽을 지나는 북동항로와 캐나다 북쪽을 통과하는 북서항로로 나뉜다. 이번 시범운항은 이 가운데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북동항로를 이용한다.

팬스타 아크로호는 부산을 출발해 북동항로를 거쳐 영국 펠릭스토우항과 네덜란드 로테르담항, 폴란드 그단스크항에 차례로 기항한다. 이후 다시 북동항로를 이용해 오는 10월 5일 부산으로 돌아온다. 전체 운항 기간은 45일이다.

부산에서 첫 기항지인 펠릭스토우까지 거리는 약 1만3879㎞다. 펠릭스토우에서 로테르담까지 약 216㎞, 로테르담에서 그단스크까지 약 1590㎞를 운항한다. 그단스크에서 부산으로 돌아오는 거리는 약 1만4173㎞다.

북극항로 운항 경로[해양수산부 제공]
북극항로 운항 경로[해양수산부 제공]

유럽으로 향하는 항해에서는 오는 30일께 북극해역에 진입해 다음 달 7일께 통과할 예정이다. 북극해역에서 약 8일간 6400㎞를 운항한 뒤 다음 달 9일께 펠릭스토우항에 입항한다. 다만 북극해 기상 여건에 따라 실제 항로와 일정은 달라질 수 있다.

북동항로를 이용하면 부산항에서 로테르담항까지 운항거리는 약 1만3000㎞다. 기존 수에즈운하 항로보다 약 7000㎞ 짧다. 해수부는 이번 운항에서 실제 거리와 소요시간, 연료 소모량 등을 측정해 기존 항로와 비교할 계획이다.

이수호 해수부 북극항로추진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첫 번째는 운항항로의 안전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기존 항로와 비교해 운항거리와 소요시간, 연료 소모량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운항 정시성과 보험, 선박 유지·운영 등도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북동항로 시범운항 운송화물 [해양수산부 제공]
북동항로 시범운항 운송화물 [해양수산부 제공]

이번 실증은 실제 수출 화물을 싣고 진행한다. 팬스타 아크로호에는 85개 화주사의 화학제품과 중고차, 자동차 부품 등 737TEU의 수출 화물이 실린다. 빈 컨테이너 100개를 포함하면 전체 선적 규모는 837TEU다. 일본에서 들어온 환적 화물 18TEU도 포함됐다.

당초 지난 6월 사전 수요조사에서는 약 1300TEU의 화물 수요가 파악됐지만 실제 선적량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이 본부장은 “선박을 준비하면서 시간이 소요됐고 실제 운항하는 기간이 짧은 측면도 있어 실제 수요보다 적은 숫자로 출발한다”며 “이 정도 화물을 확보한 것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돌아오는 항로에서는 약 1300개의 빈 컨테이너를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현지에서 귀항 화물을 확보하기 위한 영업도 진행 중이다.

이번 한 차례의 운항만으로 북극항로의 경제성을 단정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해수부는 선박이 돌아온 뒤 실제 확보한 화물과 운임, 연료비, 운항비용 등을 분석하고 정기선으로 운항할 경우의 여건까지 함께 살펴볼 계획이다.

이 본부장은 “시범운항 1항차를 대표적인 사례로 분석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정기선이 됐을 때의 운항 여건도 같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운항은 러시아 쇄빙선 등 별도의 지원 선박 없이 진행한다. 해수부는 여름철인 현재가 지원 선박 없이 단독 운항할 수 있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북극해역은 현재 24시간 해가 떠 있는 시기여서 야간 운항도 없다.

보험을 비롯한 출항에 필요한 절차도 마쳤다. 선박 운항에는 선체보험과 화물보험, 선원이나 환경 피해 등에 대응하기 위한 보험 등이 적용된다. 국내 보험사가 1차로 보험을 인수하고 피해 규모에 따라 재보험사가 추가로 위험을 인수하는 구조다.

이 본부장은 “다수의 재보험사와 협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시일이 걸렸다”며 “이번 출항에서는 모든 절차가 완료됐다”고 말했다. 러시아 등 관련국과의 구체적인 협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관련 행정기관과 필요한 협의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안전운항을 위해 선장과 항해사 6명은 모두 극지해역 전문교육을 이수했다. 북극해 운항 경험이 있는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항해사도 1등항해사로 승선한다. 저궤도 위성통신망을 이용해 운항 기간 선박과 24시간 연락 체계를 유지한다.

해수부는 시범운항이 끝나면 운항거리와 소요기간, 연료 소모량, 운항비용뿐 아니라 화물 확보와 운항 정시성, 보험·금융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확보한 자료와 경험은 ‘북극항로 운항백서’에 담아 극지 해기사 교육과 선박 기술 개발, 선사 지원정책과 후속 운항계획에 활용한다.

향후 북극항로 운항 확대에 대비해 내빙선박 확보도 지원한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국적선사가 벌크선과 케미컬선 등 내빙선박을 확보할 수 있도록 민간 금융기관 프로그램 이용 때 선박담보인정비율(LTV)을 최대 90%까지 적용하고 금리를 최대 1%포인트 추가 인하하는 금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해수부가 파악한 북동항로 수심은 약 14~15m다. 이 본부장은 이 정도 수심에서는 통상 5000TEU급 컨테이너선이 만재 상태로 운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극항로의 또 다른 축인 북서항로의 활용 가능성도 검토한다. 북서항로는 캐나다 북쪽을 통과해 북미 동안으로 이어지는 항로다. 수심이 10m 안팎으로 북동항로보다 운항 난도가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해양진흥공사와 울산항만공사는 지난 5일 북서항로 운항 경험이 있는 네덜란드 해운기업 로열 바겐보그와 양해각서를 체결해 극지 항행정보와 운항 경험을 공유하고 화물 수요를 발굴하기로 했다. 해수부도 북동항로 시범운항과 함께 북서항로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국제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해수부는 별도의 출항식도 열지 않는다. 이 본부장은 “선박이 안전하게 유럽에 갔다가 화물을 싣고 돌아올 때 성공 여부가 확인되는 것”이라며 “첫 출항인 만큼 행사보다 안전한 출항에 집중하고 45일간 항해를 완료한 뒤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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