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그늘보행권’ 도시정책 도입
도시계획·정비사업 보행그늘 제도화
보도 중 6시간 이상 노출 구간 27.6%
민간서 필로티·어닝 만들면 인센티브
오세훈 “당연히 그늘 누리는 도시로”
서울시는 ‘그늘보행권’을 도시정책의 기본 원칙으로 도입한다고 19일 밝혔다.
그늘보행권은 시민이 일상적인 보행 동선에서 일정 수준의 그늘을 끊김 없이 누릴 수 있도록 도시 공간을 계획하고 관리하는 정책 개념이다. 서울시는 그늘보행권을 도시기본계획과 생활권계획에 반영하고, 지구단위계획·정비사업·공공건축사업 등 실제 공간을 바꾸는 사업에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가로수, 정원, 건물 그늘, 캐노피, 어닝, 공개공지와 공공보행통로를 하나의 체계로 연결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설명회를 갖고 “폭염이 일상적인 재난이 된 지금, 시민이 걷는 그늘도 이제는 도시가 챙겨야 한다”며 “그래서 오늘(19일) 서울시는 그늘보행권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어 “출근길과 통학길은 물론, 시장과 병원을 오가는 길까지 누구나 그늘을 따라 안심하고 걸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우연히 만나는 그늘이 반가운 도시가 아니라, 누구나 당연히 그늘을 누릴 수 있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그늘이 필요한 곳을 정확히 ‘찾고’ ▷장소의 여건에 맞게 ‘만들고’ ▷시민의 일상 동선을 따라 끊김 없이 ‘잇는’ 3단계 전략으로 생활권 그늘길을 조성할 계획이다.
먼저 그늘 확충이 시급한 곳을 찾는다. 지하철역·학교·시장·병원·복지시설로 가는 길과 횡단보도·버스정류장처럼 시민이 밖에서 기다려야 하는 곳을 우선 살핀다. 또 장소의 넓이와 이용 방식에 맞는 그늘을 ‘만든다’. 식재가 가능한 곳에는 자연 그늘을 우선 확보한다. 나무를 심기 어려운 곳에는 계절형 차양, 캐노피, 어닝, 소규모 쉼터를 설치한다. 또 개별 시설을 주요 생활공간과 연결해 생활권 그늘길로 ‘잇는다’. 주거지와 지하철역, 학교, 시장, 병원, 공원 등을 연결한다.
서울시는 도시공간을 계획하고 조성하는 전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확보되도록 그늘보행권 계획·사업·평가체계를 마련한다. 보행그늘 원칙을 서울도시기본계획과 생활권계획에 반영하고, 생활가로·여가가로·활력가로를 조성하는 350개 ‘보행일상중심’에도 생활권 그늘길을 함께 계획한다. 지구단위계획과 정비사업, 공공건축사업에 보행그늘 기준을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건물과 도로를 새로 조성할 때 건물의 높이·위치와 보도 폭, 식재공간을 함께 계획한다. 공개공지와 공공보행통로에는 큰 나무. 차양, 벤치를 연계해 설치하도록 유도한다.
민간이 필로티·캐노피·어닝·스마트쉼터 등 실제 보행 그늘을 만드는 시설을 설치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서울시는 내년까지 2년간 시민과 관광객의 이용이 많거나 그늘이 특히 부족한 생활가로를 10곳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햇빛 노출시간, 보행자 수, 고령인구, 그늘 단절 정도, 시설 설치 가능성을 종합해 대상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2028년부터 서울 전역으로 확대한다.
실제 서울시가 보도 6만7029개소, 총 4031㎞를 대상으로 건물과 가로수가 만드는 그늘을 분석한 결과 서울 보도의 평균 햇빛 노출시간은 4시간 21분이었다. 전체 구간의 27.6%는 6시간 이상 햇빛에 노출돼, 그늘이 부족하거나 보행 동선이 끊기는 구간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보도의 평균 그늘 비율은 44.4%였다. 건물 그늘이 29.2%포인트, 가로수 그늘이 15.2%포인트를 차지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 28일 오전 10시~오후 5시30분까지 보도를 1m 단위로 나눠 시간대별 햇빛 노출 여부를 살펴봤다.
이동 중 그늘 확보의 필요성은 온열질환 발생 양상에서도 확인된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3~2025년) 서울 온열질환자 815명 중 길가에서 발생한 환자가 31.4%로 가장 많았다. 질병관리청의 운열환자감시체계가 작동한 올해 5월 15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서울에서는 총 445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그중 5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그늘’을 안내하는 애플리케이션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달 6일 기준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앱 부문 다운로드 1위를 차지한 ‘그늘로: 뚜벅이의 여름길’이 대표적이다. 이 앱은 그늘 위주의 길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지도 앱이다.
오 시장은 “정원도시 서울을 통해 생활권 녹지를 늘려왔다면, 그늘보행권은 이를 집에서 목적지까지 이어주는 다음 단계”라며 “그늘을 일부 장소에서만 누리는 편의시설이 아니라 시민의 건강과 일상을 지키는 도시의 기본 서비스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병국 기자
coo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