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공급난에 내년도 물량까지 ‘완판’
양사, 원재료·재공품 선제 확보
재고 증가에도 평가충당금은 감소
확정 수요로 생산·투자 계획 수립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극심한 메모리 공급난에 내년도 물량까지 일찌감치 ‘완판’되면서 메모리 업체와 고객사 간 장기공급계약(LTA)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장기 수요를 미리 확보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향후 생산·출하에 대비해 원재료와 재공품을 선제적으로 쌓으며 재고자산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양사의 재고자산은 지난해 대비 올해 상반기 22조원 넘게 증가했다.
통상 판매 부진시 재고가 늘어난다고 생각되지만, 최근의 폭발적인 수요를 감안할 경우 이는 악성재고가 아니라 향후 생산과 출하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원재료와 재공품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재고자산 증가에도 이에 대한 평가충당금은 6600억원 가량 감소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만큼 재고가 향후 제값에 판매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위험을 대비한 충당금 축소로 결정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휴대폰 등을 포함한 재고자산은 지난해 말 52조6368억원에서 올해 6월 말 71조3891억원으로 18조7523억원(35.6%) 증가했다.
반도체(DS) 부문만 떼서 보면 재고자산은 지난해 말 28조8059억원에서 38조567억원으로 9조2508억원(32.1%) 증가했다. 이 가운데 공정 진행 중인 반제품·재공품은 22조741억원에서 29조7101억원으로 7조6360억원 늘었다.
반면 재고평가충당금은 지난해 말 5조8418억원에서 올해 6월 말 5조2618억원으로 5799억원 감소했다. 평가 전 재고자산에서 충당금이 차지하는 비율도 10.0%에서 6.9%로 낮아졌다.
SK하이닉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은 지난해 말 14조2894억원에서 올해 6월 말 17조9857억원으로 3조6963억원(25.9%) 증가했다.
공정과정에 있는 ‘재공품’ 규모는 지난해 말 9조21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11조800억원으로 20.3% 증가했다. 원재료는 1조4900억원에서 2조4100억원으로 61.9% 급증했다.
재고자산회전율도 기존 2.8회에서 3.1회로 증가했다. 회전율이 높을수록 재고가 매출로 이어지는 속도가 빠르고, 창고에 머무는 기간은 짧다는 의미다.
재고평가충당금도 지난해 말 4949억원에서 올해 6월 말 4134억원으로 815억원 감소했다. 평가 전 재고에서 충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3.35%에서 2.25%로 낮아졌다.
이처럼 단기 업황에 따라 생산과 재고를 조절하던 메모리 산업이 확정된 수요를 바탕으로 생산·투자 계획을 짜는 구조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 디지타임스 등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3사의 내년도 물량은 올해 상반기 이미 완판된 상황으로 전해졌다. 구매 업체들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계약금을 미리 낸 것으로 알려졌다.
낸드는 D램보다 공급에 여유는 있지만 내년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고 한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샌디스크의 내년도 낸드 물량은 이미 완판됐으며, 키옥시아와 SK하이닉스도 이달 말까지 공급 계획을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올해 7∼8월을 2027년 물량 확보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하이퍼스케일러 등은 올해 HBM(고대역폭메모리) 뿐 아니라 D램, 낸드까지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메모리를 확보하기 위해 절박히 요청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런 극심한 공급난을 겪으면서 주요 업체들은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3~5년짜리 LTA를 맺고 있다.
그동안 메모리 산업의 가장 큰 약점은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과 실적이 크게 출렁이는 전형적인 ‘사이클 산업’이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최근 메모리 3사는 LTA를 적극 활용하며 가격과 물량의 불확실성을 낮추고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는 데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단기 시황에 따라 가격과 물량이 출렁이는 전형적인 사이클 산업에서, 장기 수요를 기반으로 생산·투자 계획을 짜는 구조로 전환하며 업황 변동성을 낮추는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고 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HBM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모두 2027년 더 비싼 가격에 팔기 위해 협상하고 있다”며 “2027년에도 HBM 수요가 공급을 뛰어넘을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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