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임금근로자는 11.9만명↑…전문·과학·기술 ‘1인 자영업’ 늘어

“저채용 사회 신호…경기 충격 때 고용안전망 취약” 우려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한 시민이 채용안내문을 살펴보고 있다. [헤럴드경제DB]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한 시민이 채용안내문을 살펴보고 있다.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월급을 받는 임금근로자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4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임금근로자가 4개월 이상 연속 감소한 것은 외환위기와 코로나 팬데믹 시절 등 이번이 네 번째다.

이는 ‘저채용 사회’가 되는 신호로, 경제에 큰 충격이 나타날 경우 고용시장이 받게 될 우려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과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 분석 결과 지난달 ‘임금근로자’는 2248만7000명으로 1년 전 같은 달에 비해 1만1천명 감소했다.

임금근로자는 지난 4월 4만3000명 감소를 시작으로 5월 11만5000명, 6월 8만1천명 등 4개월 연속 감소했다.

임금근로자 연속 감소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용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던 2020년 3월∼2021년 2월 이후 처음이다.

한국 고용시장에서 임금근로자 감소 자체가 드문 일이다.

1982년 7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임금근로자가 4개월 이상 연속 감소한 것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월∼1999년 3월(15개월), 팬데믹 시절(12개월), 1993년 1∼4월(4개월)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7월 기준 임금근로자 증감을 산업별로 분석한 결과 전문·과학·기술 서비스(-8만6천명)에서 감소 폭이 컸다. 연구개발업, 건축 엔지니어링을 비롯해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 법무·회계 서비스 등 ‘전문직’ 영역으로, 인공지능(AI)의 일자리 대체 영향이 나타났을 수 있다.

그 뒤로는 도매 및 소매업(-7만2000명), 건설업(-7만1000명), 협회 및 단체 개인서비스업(-4만4000명), 교육서비스업(-2만7000명), 제조업(-2만6000명) 순이었다.

연령별로 보면 15∼29세 청년층에서 21만명이 감소했지만, 60대에서는 8만7000명이 늘었다. 20∼24세에서 13만8000명이 감소했다. 이어 40∼44세(-10만6000명), 25∼29세(-8만7000명) 순으로 감소 폭이 컸다.

임금근로자 감소는 자영업자·무급가족종사자 등으로 구성된 ‘비임금근로자’가 보완했다. 지난달 비임금근로자는 664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11만9000명 증가해 전체 취업자는 10만8000명 늘었다.

그러나 지난 5월에는 비임금근로자가 7만5000명 증가한 데 반해 임금근로자가 11만5000명 감소하면서 전체 취업자 수가 4만명 감소했다. 1년 5개월 만의 마이너스였다.

비임금근로자 중 감소세인 무급가족종사자를 뺀 자영업자는 7월 15만명 늘었다.

7월 기준 비임금근로자 중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도매 및 소매업(3만명)에서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이어 보건업 및 사회복지(1만9000명), 운수 및 창고업(1만2000명)에서 많이 늘었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협회 및 단체 개인서비스(3만3000명), 전문·과학·기술 서비스(3만명), 부동산업(2만2000명), 정보통신업(1만9000명) 등에서 증가 폭이 컸다.

전체 자영업자를 연령별로 보면 30대(6만4000명), 60대(3만6000명) 등에서 증가 폭이 컸다.

임금근로자는 평균적으로 고용보험·산재보험·퇴직급여 등 사회안전망의 적용 범위가 넓고 정기적인 임금이 지급돼 소득과 고용의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반면 자영업자 등 비임금근로자는 경기·매출 변동이 소득에 직접 반영되고 사회보험의 보호도 상대적으로 취약해 소득 변동성과 생계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된다.

정부는 중동전쟁에 따른 불확실성 등의 영향으로 신규 채용이 지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도소매 등 전통적 증가 업종 외에 전문·과학·기술 서비스 등의 자영업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첨단기술 창업 등 관련한 창업 정책이 일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봤다.

하지만 비임금근로자의 비중이 높아진 상태에서 경제적 충격이 발생할 경우, 고용시장에 더 큰 타격이 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임금근로자가 줄고 비임금근로자가 늘었다는 것은 저채용 사회가 됐다는 의미로, 노동시장이 녹록지 않기 때문에 그 대안으로 비자발적 창업을 한 경우도 상당 부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안정성 면에서 본다면 임금근로자는 항공모함에 비유할 수 있지만, 자영업자 등 비임금근로자가 많아지는 현상은 돛단배가 많아지는 격”이라며 “거시경제의 리스크 요인이 발생한다면 임금근로자의 비중이 낮아지는 국면에서 더 큰 충격이 고용시장에 올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고용 수치는 그렇게 나쁘지 않게 나올지는 몰라도 실질적으로는 소득이 떨어질 수 있다”며 “소득이 떨어지면 경기 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학이나 국책연구원 지원이 줄면 그쪽에서 가장 먼저 정리되는 것은 비계약 노동자”라며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에서 임금근로자가 줄고 1인 자영업자가 늘어난 데는 그런 요인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고용은 경기 후행성이 있으니 유가를 포함해 중동전쟁 영향이 해소된다면 경기 회복의 온기가 고용시장까지 파급되고 신규 채용이 다시 활발해지면서 임금근로자 고용도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osky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