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에 전략투자계정 신설, AI 등 투자
테마섹 참고, 전략산업 직접투자 확대
해외국부펀드와 공동투자 파트너 육성
펀드청산 뒤 우수기업에 ‘연계투자’ 구상
정부가 한국투자공사(KIC)에 전략투자계정을 신설해 20조원+알파(α) 규모의 ‘한국판 전략형 국부펀드’를 도입한다.
해외 국부펀드와 자산운용사의 국내 전략산업 투자를 이끄는 앵커투자자 역할을 맡기고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전략산업에 초장기 직접투자를 통해 국가 경쟁력과 잠재성장률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에서 이 같은 내용의 ‘한국판 전략형 국부펀드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반도체·피지컬 AI·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를 계기로 해외 투자자들의 국내 전략산업 투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도입 배경으로 제시했다. 해외 국부펀드와 연기금 등이 공동투자 파트너를 지속적으로 문의하고 있는 만큼 이를 국내 투자로 연결할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전략형 국부펀드는 싱가포르의 전략형 국부펀드인 ‘테마섹’을 벤치마킹했다. 다만 테마섹과 외환보유액을 운용하는 국부펀드 ‘GIC’를 별도 기관으로 운영하는 싱가포르와 달리 정부는 기존 KIC 안에 전략투자계정을 신설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 20년간 축적한 해외 투자 네트워크와 운용 전문성을 활용해 전략형 국부펀드를 신속하게 운영하고 투자를 개시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한국투자공사법을 개정해 외환보유액을 운용하는 위탁계정과 전략투자계정을 분리하고, 설립 목적에 ‘국부 증진’과 ‘전략산업 경쟁력 강화’를 추가할 계획이다. 외환보유액 운용과 전략투자는 방화벽을 설치해 엄격히 분리 운영한다.
전략투자계정은 기존 KIC의 외환보유액 운용과 별도로 전략산업에 장기 인내자본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다. 국가 경쟁력과 공급망 안정에 필요한 전략산업과 기간산업을 중심으로 투자한다. AI·로봇·반도체·방산·바이오·에너지·소재·부품·장비·우주항공·양자 등 전략산업은 물론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인프라, 금융, 해외 공급망 기업 등이 투자 대상이다.
투자도 단순한 재무적 수익을 넘어 산업 경쟁력과 잠재성장률 제고를 함께 고려하는 ‘전략적 투자’ 방식으로 이뤄진다. 직접 지분투자를 원칙으로 하며 필요할 경우에는 투자 지분에 상응하는 경영 참여도 가능하도록 했다. 만기를 두지 않는 초장기 투자자로 참여해 전략기술 해외 유출과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응하고 해외 국부펀드와 공동투자를 이끄는 앵커투자자 역할도 수행한다.
재원은 정부 출자와 출연금, 기부금, 운용수익 등으로 마련한다. 초기 자본금은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이 보유한 정부 출자기관 지분 약 16조원과 상속·증여세 물납주식 약 4조원 등을 활용해 20조원+α 규모로 조성한다.
초기 현금성 재원은 약 6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되며 향후 추가 출자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운용수익은 재투자하거나 정부 배당, 국고 환수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이나 초과세수를 전략형 국부펀드 재원으로 활용할 가능성에 대해 “열려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내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재정당국 등과 협의해 결정할 계획이다.
개별 투자 결정은 정부와 분리해 독립적으로 이뤄진다. 정부는 운영위원회를 통해 전략산업의 투자 방향만 제시하고 개별 투자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투자 대상과 규모 등은 전략투자계정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심의·의결한다. 전략산업 전문 임원을 확충하고 투자위원회·투자자문위원회·리스크관리전문위원회도 전략투자계정 전용으로 별도 설치한다.
정부는 전략형 국부펀드가 국민성장펀드 등 기존 정책펀드와 상호 보완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국부펀드와 공동투자를 이끄는 앵커투자자로 참여하는 한편 국민성장펀드와 협업투자를 추진하고, 펀드 청산 이후에는 우수기업에 대한 ‘이어달리기 투자’를 통해 투자 공백을 메운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8월 중 한국투자공사법 개정안을 발의해 연내 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내년부터 전략투자계정을 본격 운영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KIC를 기존 저축형 국부펀드와 전략형 국부펀드를 함께 운용하는 종합형 국부펀드로 발전시킨다는 방침이다. 양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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