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나 기업인이 형법상 범죄가 아니라 건축법 위반, 식품위생법 위반 등 행정법 위반으로도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지나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이재명 정부도 “형벌 중심 제재에서 민사적 책임 중심으로의 전환 등 경제 형벌 합리화를 추진하겠다”며 ‘경제 형벌 합리화’를 국정 과제로 삼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국무회의에서 “형사처벌 남발로 죄형 법정주의가 무너졌다”며 “경제 제재가 더 효과적인 시대인 만큼 과징금이나 과태료 중심으로 형벌을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7월30일 출범한 ‘범정부 형벌 합리화 추진단’은 이의 첫걸음이다.
경제계는 국내 경제 법률이 형사처벌 위주로 돼 있어 기업인들의 활동 범위를 과도하게 제약한다고 주장해 왔다. 한국경제인협회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기업 활동과 관련이 높은 법률 346개가 8403가지 위반 행위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크게는 배임죄, 산업안전법 위반부터 사소한 행정 절차에 이르기까지 형사처벌 규정에 노출돼 있어 마치 교도소 담벼락 위를 걷는 심정이라는 게 기업인들의 호소다. 한 가지 법 위반 사항에 대해 징역, 벌금, 몰수 등 두 개 이상의 처벌이 중복 부과된다는 점도 기업에는 경영 리스크로 작용한다. 중소기업은 사업주 한 명이 재무·조직관리·투자 등 경영 전반을 책임지는 구조가 많아 사업주 처벌에 취약하다. 경제 형벌이 신규 투자와 고용 창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추진단은 전체 법률 속 형벌 규정 1만1165개를 전수 조사해 벌칙 종류와 수위의 적절성을 재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형벌 합리화 종합 기준’과 ‘2개년 로드맵’을 연내 발표하기로 했다. 과도한 행정 형벌은 완화하되 위법 행위에 대한 금전 책임은 더 강화해 준법 의식 약화를 막는다는 방침이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6000여 개에 달하는 경제형벌 중 불합리한 것으로 판단된 440여 개 규정을 개선하기로 했지만, 기업 체감도가 높지 않다. 이번 만큼은 실질적 성과를 내야 한다.
형벌 조항은 헌법상 법률로만 규정할 수 있는 만큼 실질적인 변화는 결국 입법을 통해 완성된다. 형사처벌 남발의 원인을 제공한 국회가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형벌 합리화에 협력해야 한다.
인공지능(AI) 대전환에 따른 산업구조 변화 등으로 선제적 투자, 인수합병(M&A) 등 과감한 경영판단이 더 많이 요구되고 있다. 이런 때 비합리적 규제와 처벌로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는 우리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것은 국익을 해치는 일이다. 차제에 배임죄 등 외국에 비해 과도한 규제부터 당장 정상화해야 한다.
mhj@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