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산지가격 결정·통지 지속…설립 허가 조건 위반

“가격 경쟁 제한으로 공익 침해”…협회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

지난 5월 14일 문재호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대한산란계협회의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심의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공정위는 대한산란계협회가 구성사업자인 계란 생산·판매업체와 유통업체 간에 산지 거래에서 받는 기준가격을 결정하고 구성사업자에게 통지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94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14일 문재호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대한산란계협회의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심의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공정위는 대한산란계협회가 구성사업자인 계란 생산·판매업체와 유통업체 간에 산지 거래에서 받는 기준가격을 결정하고 구성사업자에게 통지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94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대한산란계협회의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했다. 협회가 계란 산지가격을 정해 회원들에게 알려온 것이 법인 설립 조건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한 데 따른 조치다.

농식품부는 29일 민법 제38조에 따라 대한산란계협회의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2023년 1월 협회의 비영리법인 설립을 허가하면서 공정거래법을 준수하고 계란 산지가격을 결정·통지하지 않을 것을 허가 조건으로 부여했다. 그러나 협회는 올해 1월 21일까지 회원들에게 계란 산지가격을 지속적으로 결정·통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공익을 해치는 행위도 인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6월 협회의 산지가격 결정·통지 행위가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협회가 제시한 가격을 기준으로 실제 거래가격이 형성되면서 가격 경쟁을 제한한 것으로 봤다.

농식품부는 처분에 앞서 행정절차법에 따른 사전통지와 의견 제출, 청문 절차를 진행했다. 협회가 제출한 의견과 청문 진술을 검토한 결과 허가 조건 위반과 공익 침해 판단을 뒤집을 만한 사유가 없다고 보고 설립 허가 취소를 최종 결정했다.

정부는 가격은 생산자와 판매자가 시장에서 자유롭게 경쟁해 결정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특정 단체가 앞으로 거래할 가격을 미리 정해 회원들에게 알리면 농가들이 비슷한 가격으로 거래하게 돼 가격 경쟁이 줄고 소비자가 공정한 가격의 혜택을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현재 축산물품질평가원을 통해 실제 계란 산지 거래가격을 조사·제공하고 있으며 거래정보의 신뢰성과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생산자단체의 공익성과 책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과 안정적인 계란 수급 관리에 힘쓸 방침이다.

반면 대한산란계협회는 이번 처분이 위법하다며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협회는 “행정기본법상 법인 설립 허가와 무관한 조건을 붙일 수 없는데도 정부가 가격 고시 중단을 허가 조건으로 부과한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협회의 가격 고시는 2019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무혐의 판단을 받았고,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정보력이 부족한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 또는 민간이 가격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가격 고시 중단을 허가 조건으로 내세운 뒤 이를 근거로 법인 허가를 취소한 것은 위법성이 더해진 조치”라고 반발했다.

협회는 행정소송을 통해 처분의 적법성을 다투는 한편, 권한 남용과 재량권 일탈이 있었다고 판단될 경우 관련 공직자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adastr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