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주 2500억…작년 매출의 1.8배
마이크론 936억 수주 ‘역대 최대’
해외 수주 비중 41%…美·싱가포르·대만 확대
환경설비 넘어 HBM 소재로 사업 확장
유지보수·소모품 매출 비중 2030년 55%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에코프로의 친환경 솔루션 계열사 에코프로에이치엔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을 신규 고객사로 확보하며 올해 누적 수주 규모를 250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 연간 매출의 1.8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삼성전자 중심이던 반도체 환경설비 고객군을 해외로 넓히는 동시에 고대역폭메모리(HBM)용 첨단 패키징 소재는 내년 2분기 양산을 목표로 사업화를 추진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에이치엔은 전날 기업설명회(IR)에서 올해 누적 수주액이 약 2500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연간 매출액 1411억원의 약 1.8배에 달하는 규모다.
수주 확대에 힘입어 올해 실적 개선 기대감도 높이지고 있다. 연초 제시한 가이던스를 유지하며 올해 매출이 2100억원 안팎으로, 지난해보다 약 50%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수익성이 높은 온실가스 저감 솔루션의 매출 확대가 실적 개선을 이끌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올해 확보한 수주가 곧바로 전액 매출로 잡히는 것은 아니다. 플랜트 사업은 계약 후 매출로 이어지기까지 통상 1년~1년 6개월이 걸린다. 올해 쌓인 수주 물량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실적에 반영될 전망이다.
수주 확대의 중심에는 반도체 투자가 있다. 올해 주요 계약을 보면 지난 3월 대만 퉁샤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관련 240억원을 시작으로 삼성E&A 330억원, 미국 건설사 호프만건설 408억원, 마이크론 936억원 등의 수주를 확보했다.
특히 지난달엔 마이크론 싱가포르 공장 관련 936억원 규모 계약을 확보했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의 약 66%에 해당하는 규모로 단일 프로젝트 기준 역대 최대 수주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2014년 삼성전자와 온실가스 저감장치 대량 납품 계약을 맺은 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중심으로 촉매연소설비(RCS) 공급 실적을 쌓아왔다.
마이크론 잡은 RCS…대용량 처리로 해외 공략 확대
마이크론에 공급하는 핵심 제품은 반도체 공장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처리하는 RCS다. 기존에는 생산장비마다 가스 처리설비를 따로 설치했다면, RCS는 여러 장비에서 나온 가스를 한곳에 모아 대용량으로 처리한다. RCS 한 대의 처리 능력은 기존 개별 처리설비 약 250대와 맞먹는다.
에너지 사용량도 줄였다. 촉매와 열을 재활용하는 기술을 적용해 가스 처리에 필요한 온도를 기존 약 1300도에서 780도 수준으로 낮췄다. 그만큼 에너지 사용도 줄어 기존 방식보다 연료 소비는 약 90%, 운영비는 30% 이상 절감할 수 있다.
마이크론과의 거래에서는 공급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에는 RCS 등 핵심 장비를 주로 공급해왔다면, 마이크론 프로젝트에서는 관련 설비와 공사까지 사업 범위가 확대됐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마이크론의 미국 아이다호 ID1·ID2 신규 공장 프로젝트에 2000억원 규모 RCS와 반도체 공장 내부의 유해가스·오염물질을 걸러내는 필터(클린룸 케미컬 필터)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고객 확대에 따라 해외 수주 비중도 커지고 있다. 연간 누적 수주에서 해외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22%에서 올해 41%로 높아질 전망이다. 미국과 싱가포르, 대만 등 주요 반도체 생산거점을 중심으로 고객 대응망을 구축해 추가 수주와 유지보수 수요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가스 잡던 기술에서 HBM 소재까지…내년 2분기 양산 목표
환경설비 사업에서 쌓은 기술을 반도체 소재로 확장하는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축적한 화학소재 합성·정제 기술을 바탕으로 반도체 공정에 직접 쓰이는 첨단 소재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HBM 제조 과정에서 얇은 웨이퍼가 휘거나 깨지지 않도록 임시로 붙여두고, 공정이 끝난 뒤 손상 없이 떼어낼 수 있게 하는 기능성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만드는 만큼 웨이퍼를 매우 얇게 가공해야 해 이 과정의 안정성이 수율과 품질에 영향을 준다.
차세대 HBM을 겨냥한 소재 개발도 별도로 진행한다. HBM은 세대가 올라갈수록 처리 속도와 용량이 높아지고 제조·패키징 공정에서 소재에 요구되는 성능도 달라진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현재 차세대 제품인 HBM4E에 적용할 소재를 개발해 시장 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후 HBM5 이상 제품에 들어갈 고부가 소재도 개발할 계획이다. 필요할 경우 관련 기업과 인수합병(M&A)이나 합작법인(JV) 설립도 검토한다.
유지보수·소재 매출 키운다…2030년 운영매출 55%
이는 에코프로에이치엔의 사업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현재는 반도체 공장이 건설될 때 환경설비를 공급하는 프로젝트성 매출 비중이 크지만 앞으로는 소재와 유지보수 등 공장이 가동되는 동안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매출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RCS 등 환경설비는 최초 공급 이후에도 정기 점검과 촉매 교체가 필요하다. 클린룸 케미컬 필터 역시 일정 기간 사용하면 교체해야 하는 소모품이다. 신규 팹을 확보할수록 최초 설비 매출뿐 아니라 유지보수와 촉매·필터 교체 수요가 누적되는 구조다. 이 같은 유지보수·촉매·소재 등 ‘운영 매출’ 비중을 2030년 전체 매출의 55%까지 높일 계획이다.
반도체 외 신사업도 함께 키우고 있다. 배터리 분야에서는 양극재와 전해액에 들어가는 첨가 소재를 개발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폐수 처리, 탄소 포집, 자원 재활용, 친환경 선박용 촉매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기존 환경사업에 첨단소재·에너지 사업을 더해 수익원을 다변화해 2030년까지 전체 매출에서 신규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40%까지 높이고, 중장기 매출 연평균 성장률(CAGR) 30%, 영업이익률 15% 이상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kwater@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