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미국의 압류금지명령(스테이오더) 발효로 한진해운 선박 5척이 하역을 재개했지만 아직 수십 척의 배가 인근 항만에 대기 중이다. 문제는 이들 선박들의 경우 화주들이 하역비, 운송비 등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스테이오더를 확보하더라도 실제 하역이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12일 정부와 한진해운에 따르면 현재 인근 해상에 있는 나머지 선박 70여척이 약 35만개의 화물을 싣고 거점항만 인근에 대기 중이다.
현재 대기 중인 선박은 부산(광양ㆍ36척), 싱가포르(21척), 미국 롱비치(5척)ㆍ시애틀(3척)ㆍ뉴욕(3척), 독일 함부르크(3척), 스페인 알헤시라스(5척), 멕시코 만젤리노(1척) 등 77척이다. 정부는 이들 선박의 하역에 드는 비용을 약 17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진그룹은 하역 지원을 위해 조양호 회장이 사재 400억원을, 대한항공이 600억원을 각각 부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1700억원의 하역비를 감당하기에 400억원은 턱없이 부족한데다 600억원 지원 계획도 담보 등의 이유로 대한항공 이사회의 반대가 커 자금 투입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더구나 이들 선박이 스테이오더를 확보하더라도 화물을 내리려면 도선사, 예인선의 도움을 받아야 해 별도의 하역비를 부담해야 한다. 이후 육로, 철도 등을 활용하려면 운송비가 추가로 든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주도하는 법원이 채권단에 회생 기업에 대한 대출(DIP 파이낸싱) 등 신규자금 지원을 요청한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정부와 채권단은 한진그룹의 담보 없이 추가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한진해운을 이용하던 대기화물의 운송 지원을 위해 지속적으로 대체선박을 투입하고, 머스크, MSC 등 외국선사의 선박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수출업체와 해운업계는 자금난으로 하역을 못하게 되면 당장 납품에 차질을 빚는다며 정부에 긴급자원자금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수출업체 한 관계자는 “짐을 내리려면 유류업체에 지불할 미지급금, 터미널 업체에 지불할 하역비, 철도운송비 등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며 “철도회사와의 운송비 협상도 빨리 매듭지어야 해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