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성장축’ 확장 로드맵 전격 가속화…생산능력·포트폴리오·영토 동시 확장
1996년 스위스 분사 이래 1000건 실적 확보…글로벌 거점 인프라 단숨에 확보
기존 CDMO 계약 물량 그대로 승계…인수 직후 공백 없는 안정적 수주 시너지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이번 메가 M&A는 그동안 회사가 영리하게 추진해 온 생산능력과 사업 포트폴리오, 글로벌 거점 등 ‘3대 성장축’ 확장 전략의 속도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는 핵심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기존의 압도적인 항체의약품 생산 리더십에 더해 차세대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꼽히는 펩타이드 영역을 단숨에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CDMO 지형을 재편하겠다는 전략적 포석이 깔려 있다.
이번 인수가 ‘영리한 M&A’로 평가받는 가장 큰 이유는 피인수 기업의 독보적인 이력과 즉각적인 사업 연속성에 있다. 1996년 글로벌 제약사 페링(Ferring)의 펩타이드 생산사업부에서 분사해 스위스 바르에 본사를 둔 폴리펩타이드 그룹은 펩타이드 치료제 관련 1000건 이상의 고도화된 개발 및 상업화 생산 실적을 보유한 업계 최고 수준의 선도기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들이 오랜 기간 축적한 신약 후보 물질 생산 프로세스 개발 역량과 원천 기술, 그리고 1500여 명에 달하는 숙련된 전문 인력을 결합해 기술적 진입 장벽이 높은 펩타이드 시장에 별도의 시행착오 없이 단숨에 안착하게 됐다.
글로벌 생산 영토의 한계 없는 확장도 이번 M&A의 가장 큰 수확이자 눈여겨볼 대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계약을 통해 스웨덴 말뫼, 벨기에 브레인, 미국 토런스와 샌디에이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인도 암베르나트 등 유럽과 미국, 아시아 핵심 5개국에 걸친 6개의 대형 생산 거점 및 연구개발(R&D) 센터를 확보하며 지리적 입지를 대폭 강화했다. 기존 미국 록빌 공장에 제한됐던 해외 생산 인프라가 전 세계 핵심 바이오 클러스터로 단번에 다변화된 것이다. 이는 다국적 제약사들과의 지리적 밀착 접근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국가별로 급변하는 공급망 자국주의 정책과 리스크에도 대단히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물적 기반이 된다.
특히 폴리펩타이드 그룹이 수행 중이던 기존 대규모 CDMO 계약 물량까지 파이프라인 중단 없이 그대로 승계한다는 점에서, 인수 직후부터 수주 공백 없이 안정적인 물량과 매출을 곧바로 이어가는 실리까지 완벽하게 챙겼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동안 축적해 온 대규모 상업 생산시설 설계 및 가동 노하우를 폴리펩타이드 그룹의 원천 기술과 결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한편, 향후 시장 확대에 따른 생산시설 확충도 신속하게 검토해 고객 수요에 적기 대응할 방침이다.
글로벌 시장의 최대 화두인 비만·당뇨 치료제의 핵심 원료 생산 역량이 더해짐에 따라 사업 포트폴리오의 고도화 측면에서도 완벽한 균형을 맞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21년 메신저 리보핵산(mRNA) 생산 능력을 갖춘 데 이어 지난해 항체약물접합체(ADC) 전용 생산시설 가동에 돌입하는 등 모달리티 다각화에 집중해 왔다. 여기에 폴리펩타이드 그룹이 보유한 친환경 제조기술이 더해지면서 강력한 원가 경쟁력까지 장착했다. 이 기술은 펩타이드 생산 시 필수적인 유기용매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여 원료비 절감과 원가 경쟁력 확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시장의 성장 잠재력 역시 아웃소싱 수요 증가와 맞물려 최고조에 달해 있다. 단백질 기본 단위인 아미노산 사슬로 구성된 펩타이드 의약품은 합성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엄격한 품질 관리가 요구돼 전체 개발사의 약 62~64%가 전문 CDMO에 위탁 생산을 맡긴다. 글로벌 펩타이드 CDMO 시장 규모는 연평균 20.3%씩 폭발적으로 성장해 오는 2035년 약 40조원(291억4000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빅파마들을 대상으로 항체의약품과 펩타이드 치료제를 연계하는 일괄 교차 수주(Cross-selling)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다. 회사 측은 대규모 상업 생산시설을 신속하게 설계하고 가동해 온 램프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향후 폭증하는 수요에 맞춰 신속한 공장 증설 등 적극적인 시장 대응을 이어갈 방침이다.
페터 빌덴 폴리펩타이드 그룹 이사회 의장은 “폴리펩타이드 그룹은 글로벌 선도 펩타이드 CDMO로서 축적된 기술력과 고객 중심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해 왔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압도적인 생산 역량과 운영 노하우가 결합되면 고객에게 더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펩타이드 CDMO 시장에서 확고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ilverpaper@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