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균상, ‘닥터스’서 재벌2세 의사役 박신혜-김래원 둘의 사랑 존중하며 매너 갖춘 짝사랑의 새 경지 보여줘
드라마를 보는 즐거움중 하나가 성숙하고 품격이 있으며, 거기에 매력까지 갖춘 캐릭터를 만나는 것이다.
휴먼 메디컬 드라마 ‘닥터스’에서 단순하고 까칠하지만 사랑 앞에선 순수 소년이 되는 ‘정윤도’ 역을 맡았던 윤균상(29)은 그런 점에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윤균상을 만나보니 캐릭터에 대한 애정은 물론이고 디테일을 세세하게 분석하고 있었다. 왜 잘 어울렸는지를 알 것 같았다. 경쟁력 있는 비주얼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와의 대화는 아쉬움이 느껴질 정도였다.
정윤도는 대기업 회장의 장남이지만, 후계자 경쟁과 아버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의사의 길을 택한 자유분방한 사람이다.
국일병원 신경외과인 그는 실력으로 인정받았으며, 자신이 사랑하고 믿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병원 이사회의 임원이 되기도 했다. 한마디로 삶의 가치관이 뚜렷하다. 재벌 2세로 이렇게 성숙하고 독립된 캐릭터는 별로 보지 못했다. 정윤도는 ‘빽’이 있다고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해 갑질하는 게 아니라 원칙을 지키고 방향을 제대로 잡은 의사다.
또 정윤도는 짝사랑을 가장 창의적으로 한 사람이다. 짝사랑 내공이 9단 정도 되는 인물로 짝사랑의 높은 경지를 보여주었다. 나는 그런 정윤도에 대해 ‘짝사랑에도 매너와 철학이 있다’는 기사를 쓴 적이 있다. 박신혜를 사랑하지만 김래원(홍지홍)-박신혜(유혜정)의 사랑을 인정하면서 페어플레이를 한다. ‘빈집털이는 안한다’는 말까지 남기면서.
정윤도는 최종회에서 혼자 박신혜를 사랑하는 게 외롭지 않다고 했다. 다른 여자를 만나 ‘유쌤’을 생각하는 게 더 외롭단다. ‘사랑’(짝사랑에도 사랑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이 들어가는 것은 안하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나는 우선 정윤도의 이후 삶이 궁금해져 “그럼 윤도는 계속 혼자 사는 것이냐”고 질문을 던졌다.
“정윤도의 사랑이 처음에는 이해가 안됐다. 너무 이상적인 짝사랑이 아닌가 했다. 사랑하는 여성의 짝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그들의 사랑마저도 리스펙트(존중)하는 키다리 아저씨인데, 나는 그렇게 못한다. 그런데 연기를 하다 보니, 정윤도가 돼 말로 꺼내보며 ‘짝사랑 무시하지마’라고 해보니 너무 멋있었다. 부러울 게 없는 친구가 그런 사랑을 하는 게 좋았다.”
윤균상은 이렇게 말하고는 나의 질문에 답했다.
“나중에는 사랑하겠죠. 지금은 (유혜정을 사랑하는) 그 마음을 스스로 정리하고 싶지는 않다. 그 감정은 아쉽지만 소중하고 감사하다. 바위에 계란치기였지만 사랑을 느껴보니 너무나 소중했다. 나중에 더 큰 사랑, 또 다른 여성을 만나 사랑하게 될지 몰라도 당분간은 그대로 두고싶다.”
윤균상은 “이렇게 사랑하는 방법도 있구나”라면서 “멋있다. 결코 찌질하지 않다”고 했다. 사실 정윤도에게도 좋아하는 여성이 있었다. 집안 수준이 비슷한 이성경(진서우)이 그를 좋아했다. 하지만 이성경의 구애를 단칼에 잘랐다.
“내가 서우를 사랑할 수도 있었다. 그게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결합이다. 하지만 내가 서우를 영국(백성현)에게 보내준 것은 처음으로 박신혜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면서 서우에게 알게모르게 상처를 많이 줬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하면할수록 이들의 사랑에는 관계의 배려가 가득들어가 있다. 아니 사람들과의 관계 자체가 그렇다. 사람과 인생관에 대해 배울 것까지 있는 캐릭터였다. 연적(김래원과 윤균상)끼리 오글거릴 정도로 잘지내 ‘브로맨스’라는 말이 나온 것도 단순한 트렌드 그 이상이었다.
“멜로물은 삼각관계가 기본이다. 시련을 주고 질투와 모략이 있는데, ‘닥터스’에는 그런 게 거의 없었다. 정윤도는 감정표현이 솔직하고 시원시원하다. 정윤도는 사랑하면서 성장했다. 사람을 대하면서 남을 배려하고, 함께 성장했다. 윤도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고독하게 보이지만 사람이 그리웠다. 집에서 삼촌 등 ‘비글’과의 만남을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 이들을 귀찮아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이들로부터 힐링받는다. 사람들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다.”
윤균상은 나이를 먹어가는 게 배우로서는 좋다고 했다. 그만큼 캐릭터의 감정에 깊이 들어가기 좋다는 말로 받아들여졌다.
2012년 SBS ‘신의’에서 ‘덕만’이라는 캐릭터로 데뷔한 윤균상은 드라마 ‘피노키오’‘너를 사랑한 시간’ ‘육룡이 나르샤’와 영화 ‘노브레싱’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 등 비교적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특히 무협사극 ‘육룡’에서 처음으로 사람을 죽이고 칼을 부르르 떨던 모습, 마지막에 길선미를 꺾고 조선 제일검이 된 무휼을 연기한 것은 꽤 인상적이었다.
그는 “육룡들이 나이가 들면서 어떻게 변했는지 보고싶다. 각 용마다 무게감, 아우라, 기가 다 달랐고, 자신이 쓰던 검에 그 사람의 성격이 그대로 들어가있었다. 무휼은 좀 더 남자 같아졌을 것이다”고 말했다.
윤균상은 대본을 읽다 캐릭터가 매력적이면 상상해본다고 했다. “작품을 읽다 딱 떠오를 때가 있다. 이렇게 하면 매력적이겠다는 느낌이 온다. 그러면 하게 된다. 내가 좋아서 배역을 맡게 되면, 잘하게 되고 욕심까지 내게 된다”고 작품 선택 기준을 설명했다. 그렇게 해서 결정한 게 SBS 드라마가 많지만, 이는 우연의 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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