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만 무기 판매 문제를 “매우 상세히 논의했다”며 이를 “좋은 협상 칩”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은 1982년 레이건 행정부 이후 ‘대만 무기 판매를 중국과 사전 협의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대만 6대 보장’을 유지해왔는데 이런 원칙도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이미 나토 동맹국들을 상대로 방위비 압박과 주독 미군 감축으로 대서양 동맹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는 트럼프식 거래 외교가 이제는 태평양 동맹과 우방국들에까지 불확실성을 키우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방중 뒤 귀국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만에 무기를 “팔 수도 있고 팔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시 주석과 무기 판매 문제를 논의한 것이 기존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에는 “80년대는 꽤 먼 과거”라고 했다.

또 “중국은 엄청나게 강력한 대국이고 대만은 아주 작은 섬”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며 대만 독립 움직임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미국의 대만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고 했지만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유사시 “군사 개입”까지 언급했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 차이가 크다. 대만은 물론 한국과 일본 같은 동맹국들에도 불안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재확인한 것은 우리로선 의미가 있다.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갈수록 고도화하며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려 하지만 국제사회가 여전히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중 직후 이재명 대통령과 30분간 통화하며 미·중 정상회담 결과와 한반도 정세를 직접 설명한 점도 의미가 작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 간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한·미 정상 간 전략 소통 채널이 빠르게 가동되고 있다는 점은 중요하다.

19~20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회담한다. 같은 시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도 한국을 찾는다.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움직임이 숨 가쁘게 이어지는 것이다.

북·중·러 밀착이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한국의 외교·안보 전략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북핵 위협과 동북아 안보 불안에 대응하려면 한·미·일 협력 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다. 동시에 우리 스스로를 지킬 자강 능력도 더 강화해야 한다. 핵추진 잠수함 확보와 미사일 방어 역량 강화 등 독자적 억지력을 높이는 데에 더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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