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여의도 등 ‘랜드마크’ 경쟁 격화
착수비 높아도 조합원들 ‘이름값’ 선호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서울 핵심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글로벌 설계사 확보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조합들이 ‘랜드마크’ 단지 구축을 위해 차별화된 디자인과 설계를 요구하면서 사업비 부담에도 글로벌 설계사 참여 여부가 핵심 조건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설사들은 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글로벌 설계 협업을 핵심 공략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과거에는 공사비와 브랜드 가치가 주요 경쟁요소였다면 최근 들어서는 조경, 커뮤니티 등 설계 차별화에 조합원들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반포, 압구정, 여의도 등 서울 핵심지일수록 이같은 설계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공사비만 약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압구정5구역이다. 현대건설은 압구정5구역 수주를 위해 2007년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리처드 로저스가 설립한 ‘알에스에이치피(RSHP)’와 협업을 추진 중이다. RSHP는 파리의 퐁피두센터, 런던의 원 하이드 파크를 설계한 곳으로 알려져있다.
이에 맞서 DL이앤씨도 네덜란드 설계그룹 ‘아르카디스(Arcadis)’와 협업해 압구정5구역에 ‘세계 톱티어 설계’를 구현하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초고층 구조설계 그룹인 영국 ‘에이럽(ARUP)’, 골조 시공 제어 분야인 오스트리아의 ‘도카(DOKA)’와 협업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삼성물산은 압구정4구역 재건축 수주를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 애플 본사 등을 설계한 ‘포스터 앤드 파트너스(Foster+Partners)’와 손을 잡았다. 또한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9·25차 통합 재건축입찰 참여를 발표하며 ‘에스엠디피(SMDP)’와 대안 설계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신반포19·25차 재건축 경쟁사인 포스코이앤씨는 네덜란드 설계사인 유엔스튜디오(UNStudio)를 통해 한강조망을 중심에 둔 특화 설계를 준비 중이다.
강남권 뿐 아니라 한남동, 여의도 등 다른 정비사업지에서도 글로벌 설계사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여의도 대교아파트는국내 정비사업 최초로 국제 설계공모를 개최해 영국의 헤더윅 스튜디오(Heatherwick Studio)를 설계사로 선정했다.
대우건설은 프랑스 빌모트(WILMOTTE)와 여의도 공작아파트 재건축 외관 특화 디자인을 본격 추진 중이다. 용산구 한남2구역 재개발에서는 두바이 국제금융센터 등을 설계한 저드(JERDE)와 단지 콘셉트, 실시설계 등 다각도로 협업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이 세계적인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와 면담하고 도시정비사업 협력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정비사업에서 글로벌 설계사들과의 협업이 확대되는 배경에는 차별화된 설계를 통해 가치 상승을 노리려는 기대가 커지고 있어서다. 인근 단지가 ‘하이엔드’를 표방할 경우, 이에 맞춰 고급화 설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건축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설계사들은 대안설계 과정 중 10% 안팎만 참여해도 5~6억원대의 설계비를 받는다”며 “본설계까지 이어질 경우 비용은 더욱 오르며, 설계 개입 범위에 따라 계약조건도 크게 달라진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조합장은 “글로벌 설계사 비용은 설계비에 포함되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직접적으로 비용부담을 체감하긴 어렵다”며 “그에 비해 마케팅 효과가 뛰어나니 조합원들도 이를 선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천편일률적으로 ‘하이엔드’를 강조하다보니 일부 글로벌 설계사로 수요가 몰리는 현상도 있다”며 “실제 설계 과정에서 얼마나 차별화가 될지는 지켜봐야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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