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귀갓길, 대중교통이 끊긴 시간에도 집 앞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는 차량이 있다면 어떨까. 병원이나 마트 이동이 부담스러운 어르신과 교통약자를 대신해 움직이는 이동 서비스가 곁에 있다면, 우리의 일상은 지금과 조금 다른 모습일 것이다. 자율주행이 바꾸는 변화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런 일상 속 장면에서 시작된다.
교통은 국민 누구나 매일 이용하는 기본적인 공공서비스다. 자율주행역시 이 교통 체계 안에서 어떻게 작동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기술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이동이 얼마나 안전해지고 편리해지는지가 기준이 된다. 따라서 시민이 생활하는 도로와 도시 공간에서 검증되고, 국민이 직접 이용하며 신뢰를 쌓을 때 비로소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은 인공지능이 실제 도로 환경을 얼마나 충분히 경험했느냐다. 복잡한 교차로,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 보행자와 이륜차, 날씨와 시간대가 뒤섞인 도시는 정해진 매뉴얼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반복된 주행 경험과 데이터가 쌓일수록 판단은 정교해지고, 안전성에 대한 신뢰도 함께 높아진다.
국토교통부는 이러한 인식 아래 자율주행의 안전한 도입을 위해 단계적인 제도 정비와 실증정책을 추진해 왔다. 2019년에는 세계 최초로 레벨3( 비상시에만 운전자가 대응하는 부분 자율차) 자율주행 안전기준을 마련했고, 2024년에는 레벨4(비상시에도 시스템이 대응하여 운전자 탑승이 불필요한 완전 자율차) 성능 인증제를 도입하였다. 또한, 2020년부터 시범운행지구를 지정해 온 결과 현재 전국에 55개의 시범운행지구가 지정되어 다양한 서비스를 실증하고 있다.
최근 자율주행 기술은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스스로 판단하고 주행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이 방식은 방대한 실제 주행데이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고도화가 어렵다. 현재의 제한된 노선 중심 실증만으로는 현실 교통의 복잡함을 충분히 담아내기 힘든 이유다.
이미 주요 국가들은 자율주행 차량을 도시 전반에서 상시 운행하며, 그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다시 기술 발전으로 연결하고 있다. 실증의 범위와 깊이가 곧 기술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제 국내 실증정책도 한 단계 더 나아갈 시점이다.
국토교통부는 광주광역시 전역을 실험 무대로 삼는 ‘자율주행 실증도시’를 추진하고 있다. 규제 부담을 줄이고 넓은 공간에서 실증이 이뤄지도록 해, 기업들이 다양한 주행데이터를 확보하고 기술을 빠르게 고도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전용 차량과 데이터 체계, 보험상품 등도 함께 마련해 현장의 부담을 낮춘다.
실증도시는 국민이 자율주행의 변화를 직접 체감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도시 전역에서 전용 차량 200대를 활용하여 기술 실증하고 무인 자율주행으로의 단계적 전환을 유도할 계획이다. 또한, 실증 결과를 자율주행 서비스 상용화로 연결하고자 국민이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러한 경험이 쌓일수록 기술은 더 정교해지고, 서비스는 다른 도시로 확산할 수 있다. 자율주행을 하나의 교통서비스로 정착시키는 과정이자, 대한민국이 자율주행 선도국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방 정부와 기업, 관계 기관과 함께 자율주행이 ‘언젠가 올 기술’ 아니라, 지금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가 되도록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제2차관
hwshi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