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훈 비대위원이 단상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뒤쪽에 앉은 이들 또한 비대위원. [사진=한국권투위원회]](https://wimg.heraldcorp.com/upcontent/ncms/2016/08/25/201608251045458026592_20160825104728_01.jpg)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태원 기자] 한국권투위원회(KBC)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24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수환 회장의 비리로 인한 KBC 파행운영 폭로 및 대책 마련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비대위는 "홍수환 회장 집행체제 하에서 선수들의 대전료와 치료비 지급 등 응당 이루어져야할 절차들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회장의 직위를 남용해 독단적인 결정을 내리는 등 옳지 못한 조치를 남발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비대위측 인사들이 자세한 정황과 여러 피해 사례를 진술했다. 이경훈 비대위원은 "홍수환 회장의 재임 기간 동안 단 한 번의 건강보호관리기금(건보금) 감사가 없었다. 대전료의 1%씩을 모아 건보금을 조성하는데, 현재 그 액수가 얼마인지 아무도 알지 못하는 상태"라며 홍회장의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홍회장이 정식 취임한 2014년 7월 이후 건보금에 대한 감사는 단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는 자금의 투명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심지어 협회 직원들 월급조차 제때 지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선수들이 정상적인 대전료를 받지 못한 채 시합을 뛰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비대위원인 양성길 가재울체육관장은 "대전료 10만 원을 받고 뛴 시합도 있다. 미리 약속한 대전료를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정식 통보 없이 깎인 대전료를 받는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했다. 더불어 "홍수환 회장의 권력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서성인 현 KBC 이사는 홍회장의 직권 남용을 꼬집었다. 그는 "홍수환 회장이 지난해 11월 20일 이사회 소집 없이 한국권투연맹(KBF) 이인경 회장과 만나 통합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것 또한 홍 회장의 독단적 결정이 있었다는 것이다.
전 세계 챔피언인 홍회장은 2012년 선수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KBC 회장에 올랐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이후 복싱계 분열이 더욱 심화됐다는 의견이 있다. 홍 회장의 취임 이후 복싱계는 한국권투협회(KBA), 한국권투연맹(KBF), 한국프로권투연맹(KPBF) 등 복싱 집행 기구가 4개로 분리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사분오열된 기구를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을 바랐지만 여의치 않았다. 조성규 심판위원은 "홍수환 회장이 왕년의 스타였고 한국 복싱을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한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회장으로서의 능력은 그것과 별개다. 능력이 부족한 리더는 물러나야 한다"며 홍회장의 자질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진행을 맡은 황현철 KBC 이사는 비대위의 결의 사항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앞으로 홍수환 체제 하에서는 모든 경기를 보이코트하겠다는 것. 단, 9월 4일 경기는 비대위가 발족하기 전에 결정된 것이기 때문에 출전한다'는 입장이다. 둘째는 '언론사의 심층 취재를 적극 돕겠다'는 것이었으며, 셋째는 '홍회장의 비리 의혹과 관련해 비대위원 전원이 단체로 법적처리를 같이 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홍수환 회장은 24일 반박자료를 통해 모든 의혹을 부정하면서 "비대위가 터무니없는 중상모략을 펴면서 권투계의 분열을 꾀하는데 대해서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 권투인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며 법적 싸움까지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