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집 사람들’ 감독·각본·배우 1인 3역

‘뜨거운’ 윗집 vs ‘차가운’ 아랫집 소동

“파격적 소재, 연출자로서 바른 선택”

감독 하정우가 네 번째 연출작으로 관객들을 찾았다. 3일 개봉한 공효진, 김동욱, 이하늬, 그리고 하정우 주연의 ‘윗집 사람들’이다.

영화는 ‘19금(禁)’도 부족하다는 입소문이 벌써 자자하다. 감독 겸 각본가 겸 배우의 각오도 시작부터 남달랐다. 부부의 성생활, 스와핑 등 파격적 소재로 관객들을 예고 없이 놀라게 하는 이 영화는, 그 덕분에 노출 하나 없이 ‘섹스 코미디’란 타이틀을 얻었다.

지난 2일 개봉을 하루 앞두고 만난 하정우는 “(스와핑 소재의 사용은) 연출자로서 가장 올바른 선택이었다”면서 “개봉하면 (관객들의 반응이)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해명이라기보다 ‘작품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작품 스스로가 해결해 줄 것’이란 믿음에 가깝다.

스페인 영화 ‘센티멘탈’을 원작으로 한 ‘윗집 사람들’은 아랫집과 윗집 두 쌍의 부부가 펼치는 하룻밤 소동을 그린 영화다. 아랫집이란 한정된 공간에서 네 명의 배우가 치열하게 대사만으로 극을 이끈다. 매일 밤 윗집에서 들리는 ‘활기찬’ 층간 소음에 지친 아랫집 부부 정아(공효진 분)와 현수(김동욱 분)는 어떤 일을 계기로 위층 부부 수경(이하늬 분)과 김선생(하정우 분)을 저녁 식사에 초대한다.

이 영화는 단순히 성생활이나 스와핑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한때 뜨거웠던 감정을 잊고 사는 두 남녀, 그리고 ‘관계(relationship)’에 대한 이야기다. 감독 하정우가 영화에 숨겨둔 비장의 카드는 이처럼 영화가 갖고 있는 두 사람의 ‘서사’다.

“원작은 좀 담백하고 소소한데, 거기에 저만의 것을 더하면 재밌는 작품이 탄생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다들 그저 야한 코미디라고 생각하실 텐데, 저만의 숨겨진 비장의 카드는 바로 영화의 드라마에요. ‘관계 회복’에 대한 예상치 못한 반전이 영화에 숨겨져 있는 관람 포인트가 아닐까 싶어요.”

영화의 중심축은 아랫집 정아의 감정선이다. 러닝타임 107분 동안 오랜 시간 외로움, 공허함과 한 몸처럼 지내왔던 정아가, 윗집과의 식사를 통해 무관심했던 남편 현수와의 관계를 솔직하고 냉정하게 바라보게 된다. 남편의 시선에서 전개되는 원작과는 전혀 다른 지점이다.

“여성의 눈으로 관계를 봐야 재밌을 것 같았어요. 고민 없이 공효진 배우에게 정아 역을 맡겼죠. 효진 배우는 잘 정돈되지 않은 야생적인 화술을 갖고 있어서, 연기가 극사실적이란 느낌을 주거든요. 윗집에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했을 때 나오는 정아와 현수 커플의 현실적인 리액션이 영화의 핵심이에요.”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밀도 높은 대사로 관객을 밀어붙인다. 배우들은 러닝타임 내내 쉬지 않고 대사를 주고받으며 앞을 향해 내달린다. 치밀하게 계산한 대사 안에는, 마찬가지로 정교하게 설계된 웃음들이 있다. ‘말맛’ 넘치는 대사는 꽤 높은 타율로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낸다.

“코미디언들에게 시나리오 감수를 부탁했어요. 제가 한 대사 중에 ‘매일 아침 우뚝’ 서 계셨잖아요’에서 ‘우뚝’이란 대사도 개그우먼 엄지윤 님이 넣은 거예요. ‘풍수가 지려서 풍수지리’와 같은 고전적인 아재 개그도 넣고요.”

정작 촬영 현장에서는 웃을 일이 많지 않았다. 모든 배우가 거의 모든 회차에 출연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막대한 대사량에 고군분투했던 탓이다. 이에 촬영은 극한의 집중력 속에 진행됐다. 심지어 배우 이하늬는 결과물을 보고 난 후에야 영화가 코미디인 것을 알았다는 후문이다.

하정우는 “대사량이 어마어마했다”면서 “숨도 못 쉬고 소화해야 하는 장면들이라, 짧은 시간 내에 집중력을 쏟아야 했다”고 돌아봤다. 사실 대사의 소재에 대한 걱정은 크지 않았다. 오히려 소재를 어설프게 다루지 않으려고 제작 전 연출부가 다양한 성적 취향을 다루는 커뮤니티에 잠입 취재를 했다. 하정우는 “소재는 아랫집을 보여주기 위한 윗집 사람들의 설정이지, 그것이 주가 아니기 때문에 무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오히려 표현의 수위를 세게 하면 아랫집의 리액션이 재미있어지니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손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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