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로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0일이 됐다. 마침 이날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의 귀국이 확정됐다. 다행이다. 전날엔 코스피 지수가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 서조이길 바란다. 조기대선으로 출범한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전(前) 대통령의 불법 계엄과 파면으로 파행화됐던 국정운영을 정상화시키는 것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난 석 달여의 성적에 아주 야박한 점수를 매기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성패를 논하긴 이르고, 봇물 터지듯 드러나는 전임 정부의 과오가 가져온 기저효과도 아직 사라지지 않은 시점이다. 착시를 경계해야 한다. 지금은 평가보다는 과제에 집중할 때다.

지난 100일간은 국가공동체의 생존이 통상문제 해결과 경제성장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으킨 관세전쟁은 영원한 동맹도 적국도 없는 각자도생, 무한경쟁의 국제질서를 강화시켰다. 수출이 ‘밥줄’인 우리에겐 더 엄혹한 조건이다. 관세 영향으로 8월 대미 수출은 작년 대비 12%가 감소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국내 기업의 매출은 전년보다 줄고, 수익성은 악화됐다. 8월 15~29세 취업자는 전년보다 20만명 이상 줄고, 일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30대가 32만명을 넘는 등 청년고용은 역대 최악 수준이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 따르면 매출액 500대 기업 중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이 없거나 미정인 곳이 전체의 62.8%로 지난해보다 5.3%포인트 늘었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7월말 한미 관세협상 타결과 8월 한미정상회담으로 통상 리스크의 큰 고비를 넘는 듯 했으나 한국 기업의 미국 공장에서 한국인 근로자가 무도하게 체포·구금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국측의 대미 투자펀드를 놓고 양국간 통상협상 세부 실무협의는 교착상태다. 외교 안보로까진 번진 통상 리스크가 현 정부 임기 내내 상수이자 돌발변수가 될 것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긴급상황에 정부의 신속대처도 중요했지만, 만일 미국이 필요로 하는 우리 기업과 근로자들의 기술력이 아니었다면 한국 근로자 구금 사태는 조기 해결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한국 조선업의 독보적인 건조 능력이 없었다면 대미 통상협상 결과도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통상과 기술혁신, 경제성장, 고용창출이 맞물려 돌아가는 이 상황은 이재명 정부가 가야할 명확한 방향을 제시한다. 통상과 성장에 국가적 자원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끌고 국회가 뒷받침해야 기업도 민생도 산다. 국운이 걸린 절체절명의 글로벌 대전환 시대에 더 이상 협치를 거부하는 세력은 역사와 국민 앞에 죄를 짓는 것이라는 사실을 여야 모두 명심해야 한다.


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