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관세, 그리고 우리가 이미 거둬들인 수조달러가 없었다면 우리 나라는 완전히 파괴되고 군사력은 즉시 소멸됐을 것”이라고 했다. 미 연방순회항소법원(2심)이 1심인 미 국제통상법원(USCIT)에 이어 지난달 29일 트럼프 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가 ‘불법’이라고 판결한 데 대한 비판이다. 트럼프 관세정책이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린 양상이지만 설령 미 대법원의 최종심에서 미 정부가 패소한다고 해도 우리로선 결코 마음을 놓을 상황이 아니다. 이번 재판 대상은 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일 뿐, ‘무역확장법’(232조)에 바탕한 품목별 관세는 포함되지 않아서다. 우리 수출 주력인 반도체, 자동차, 철강, 의약품 등은 대부분 품목별 관세를 적용받는다.
연방항소법원의 판결 요지는 IEEPA가 국가비상사태에 대응해 여러 조치를 취할 중대한 권한을 대통령에 부여하지만 여기에 관세 부과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5월 국제통상법원도 “관세 결정권한은 의회에 있다”며 IEEPA를 근거로 한 상호관세를 철회하라고 명령했다. 트럼프는 “극도로 편향적인 항소법원이 관세 철회라는 잘못된 판결을 내렸다”며 대법원 상고 방침을 명확히 했다. 미 대법관은 보수 성향 6명, 진보 성향 3명으로 트럼프 정부에 유리한 구성이지만 최종 판결을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미 언론의 대체적 평가다.
문제는 트럼프 정부가 최종 패소해도 우회할 방법은 많고 관세 수입을 통한 재정적자 축소를 사실상 최우선으로 삼는 정책 기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무역확장법에 따라 부과되는 품목별 관세 비중을 대폭 늘리는 동시에 각국 기업들의 대(對) 중국 교역을 더 강하게 규제하는 방식으로 대처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철강·알루미늄엔 50%의 관세가 적용되고 있고, 지난 6월엔 파생상품 400여종으로 확대됐다. 한국산 자동차는 양국이 15%로 합의했으나 아직 25%의 품목별 관세가 붙고 있다. 트럼프는 반도체·의약품에도 품목별 관세를 예고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 상무부는 지난달 29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콕 집어 두 회사의 중국 공장을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프로그램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미국산 반도체장비를 중국 공장에 반입하려면 건별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 트럼프발(發) 통상전쟁에는 고정불변의 합의도, 승패도 있을 수 없다는 방증이다. 겉치레뿐인 외교적 수사나 막연한 낙관에 휘둘리는 것이야말로 정부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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