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 말, 필자는 아내와 함께 차를 몰고 서울로 향했다. 강원도 홍천의 우리 집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기로 한 장모님 등 처가 식구들을 모셔오기 위해서. 서울 진입은 비교적 무난했는데 다시 홍천으로 가는 길은 역시나 극심한 지정체로 인해 평소 두 배인 4시간이 걸렸다. 무더위를 피해 특별한 쉼을 얻고자 앞 다퉈 도시를 탈출하는 차량 행렬을 보고 있노라니 절로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물론 2010년 귀농 전에는 필자 가족도 그랬다).
닷새간의 시골 휴가는 자연 속 쉼과 놀이, 맛과 구경이 어우러진 시간. 밭에서 갓 따온 수박과 참외, 옥수수 등 싱싱한 건강 먹거리를 함께 맛보는 한편 어릴 적 동심으로 돌아가 마을 앞을 휘감아 흐르는 하천에서 시원한 물놀이와 천렵도 즐겼다. 하루는 양양으로 놀러가 장쾌한 바다도 만나고 관광명소 구경에 뱃놀이까지 더했다.
사실 동해안 나들이를 빼면 필자 가족의 여름 일상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서 도시인들처럼 특별히 휴가 갈 일이 없다. 필자 가족의 집과 농장, 마을, 주변의 산과 강이 곧 피서지 아닌가. 봄가을 행락 철에도 마찬가지다. 단풍 구경은 그저 집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것으로도 족하다. 어쩌다 관광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한꺼번에 몰리는 도시 행락객들을 피해 한적할 때 찾아가 조용히 즐긴다.
서울태생이라 귀농 전 시골경험이 전무했던 아내는 어느새 시골과 자연 예찬론자가 됐다. 그중 “우리는 매일 휴가잖아”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다. 시골생활, 자연생활에 대한 높은 만족도와 행복함의 표현이니 말이다. 시골의 일상에서 도시인들의 특별한 휴가처럼 느끼고 산다면 더 이상 바랄 게 뭔가.
그렇다고 시골에서 그냥 놀고먹을 수 있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4년 귀농·귀촌가구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5년차 귀농가구의 연 평균 소득은 3621만원, 귀촌가구는 4154만원이다. 월 평균 생활비는 귀농 194만원, 귀촌 204만원 수준이다. 자발적인 가난 받아들이기와 허리띠 졸라매기는 감내해야 한다.
필자 가족 또한 열심히 땀 흘려 농사도 짓고 때론 바쁘게 농외 일도 병행하면서 일용할 양식을 얻고 있다. 다만 돈에 대한 지나친 욕심은 내려놓고 안빈낙도, 안분지족의 삶을 추구할 뿐이다. 돈은 조금 부족해도 항상 자연과 접하며 건강과 힐링, 여유와 평안을 얻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최근 농식품부와 통계청이 내놓은 ‘2024년 귀농·귀촌인 통계’를 보면, 지난해 귀농인은 8403명으로 3년 연속 급감해 1만명선이 깨졌다. 농사만으로는 먹고 살기 어렵기 때문. 반면에 귀촌인은 42만2789명으로 전년보다 5.7%(2만2696명) 늘어나 3년 만에 깜짝 반등했다. 귀촌통계의 거품과 착시효과를 감안해도 ‘귀농은 지고, 귀촌은 유지’되는 흐름을 읽을 수 있다.
특히 은퇴 전후 시골에서 새로운 인생2막을 꿈꾸는 50~60대는 여전히 많은 편이다. 만약 ‘시골의 일상’이 곧 ‘도시의 휴가’가 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매력적인 선택지가 있을까. 범사에 감사하며 안분지족하겠다는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면 과감하게 그 길을 걸어보라고 감히 권해드린다.
박인호 전원 칼럼니스트
hwshi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