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근무하다 남한행을 택한 태영호 공사는 영국 현지의 높은 물가와 턱없이 부족한 북한의 지원으로 어려운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한국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태 공사는 2013∼2014년 영국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북한의 해외 공관들이 무일푼 신세로 외교관들이 불법적인 방식을 포함한 ‘창의적인 방식’으로 현금을 마련하라는 압박을 받는다면서 돈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태 공사는 “본국의 친구들이 자신이 한달에 1200파운드(한화 173만원)로 수영장과 사우나를 갖춘 궁전에 사는 줄 알지만, 현실은 침실 2개에 비좁은 부엌이 있는, 대단할 것 없는 아파트”라며 영국의 물가에 대한 푸념 섞인 유머를 던졌다. 또 “대사관에서 차를 몰고 나올 때면 ‘혼잡통행료는 어떻게 하나’ 생각해야 한다”고 씁쓸해하기도 했다.
현재 북한은 런던 서부의 주택가에 있는 한 주택을 대사관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주재원 다섯 가족은 대사관 건물에 함께 들어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외교관의 궁핍한 생활은 이전부터 이어져왔지만 대북제재가 강화되면서 더욱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유엔은 지난 2013년 북한의 제3차 핵실험에 대응해 채택한 새 결의안에 북한 외교관에 대한 ‘감시’를 촉구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외교관이 ‘불법행위의 전초기지’라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가뜩이나 활동폭에 제약이 컸던 북한 외교관들은 지원은 줄이면서 외화 및 사치품 상납 규모는 늘려온 본국의 요구에 적지 않은 애를 먹게 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도 태 공사의 귀순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관련이 있을 것이란 전문가 분석을 실었다. WP에 따르면 세계 각지의 북한대사관은 북한의 외화벌이에 구심점 역할을 하는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수년간 북한 외교관들이 금, 담배, 코뿔소 뿔, 헤로인 등을 밀수하다가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국제사회 대북제재 강도가 높아지면서 갈수록 북한 외교관들이 임무를 수행하기 어려워지자 이들이 북한의 압박을 받기보다는 망명을 선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의 북한 연구자인 크리스토퍼 그린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태 공사 귀순을 두고 “북한 체제가 붕괴 직전이라는 의미일까? 절대 아니다”라며“다만 체제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태 공사는 북한 체제의 최대 수혜자 중 한 명으로 체제에 충성해야 할 한가지 이상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며 “흔치 않게 해외 부임지에 가족을 데려간 것을 보면 평양으로부터 충분한 신뢰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수년간 런던에서 가족과 함께 풍족하게 생활한 태 공사의 귀순은 오늘날 북한 정권의 본질에 대해 좋은 말이 나올 수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WSJ는 “북한 고위층에게는 올해로 집권 5년 차인 북한 3세대 지도자 김정은의 통치가 지속할지를 확인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태 공사의 ‘극적인’ 귀순으로 평양 엘리트 계층의 충성심에 대한 의문이 새롭게 고개를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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