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주요국, 노후화에 따른 교체 수요 ↑

한화오션, 칠레서 수출용 프리깃함 선보여

HD현대중공업, 페루 거점 삼아 진출 속도

한화오션이 건조한 장보고-III 잠수함. [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이 건조한 장보고-III 잠수함. [한화오션 제공]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중남미 해군 시장이 한국 방산업체들의 새로운 격전지 중 한 곳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지 노후 함정 교체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중남미 국가들의 요구에 맞춰 한국 조선·방산 기술력이 잇달아 상륙할 지 주목된다.

한화오션, 해외 시장 겨냥 ‘오션 4500’ 선보여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지난달 말 코트라(KOTRA)가 주최한 ‘코리아 디펜스 데이 2025’에서 중형 프리깃함 ‘오션 4500(Ocean 4500)’을 선보이며 중남미 진출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이 함정은 칠레 해군이 향후 10년간 추진할 신형 군함 건조 사업의 후보 모델로 제안됐다.

오션 4500은 한국 해군의 최신 프리깃함 FFX Batch-4 설계를 기반으로 한 수출 전용 모델로, 스텔스 기능, 자동화 전투 시스템, 무인기(UAV) 운용 능력 등 첨단 전투 플랫폼의 요건을 두루 갖췄다. 길이 130m, 최고속도 54km/h로 30일 간 장거리 항해가 가능하며, 76mm 함포와 근접방어무기(CIWS), 대함·대공미사일, 어뢰 등 다종 무기를 탑재한다. 핵심 센서로는 AESA 레이더, 적외선 탐지장비(IRST), 전자광학추적장비(EOTS), 피아식별장비(IFF) 등이 탑재돼 다중 표적 탐지와 정밀 대응이 가능하다.

회사 관계자는 “한국 해군의 설계 모델을 기반으로 현지 작전 환경에 최적화된 수출형 모델로 개발됐다”고 말했다. 오션 4500은 EEZ(배타적경제수역) 관리, 해상 구조 등 평시 임무 대응 능력이 우수해 ‘전시+평시 겸용 다목적 함정’이라는 점에서 현지 해군 수요에 부합할 전망이다.

HD현대重, 페루 통해 잠수함 시장 속도

HD현대중공업은 중남미에서 가장 활발히 방산 협력을 진행 중인 ‘페루’를 거점으로 해군 전력 수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페루는 콜롬비아와 함께 한국의 대(對)중남미 방산 협력 거점 국가로 꼽힌다.

지난해 HD현대중공업이 페루로부터 수주한 3400톤급 호위함(가운데), 2200톤급 원해경비함(아래), 1500톤급 상륙함(위)의 조감도. [HD현대중공업 제공]
지난해 HD현대중공업이 페루로부터 수주한 3400톤급 호위함(가운데), 2200톤급 원해경비함(아래), 1500톤급 상륙함(위)의 조감도. [HD현대중공업 제공]

앞서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페루 국영 시마(SIMA) 조선소와 함정 4척에 대한 현지 건조 공동생산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호위함·원해경비함·상륙함 등 4척을 현지 조선소에서 공동 건조하는 방식이다. 총 6406억원 규모로, 이는 국내 방산업체의 중남미 수출 사례 중 단일 최대 규모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단순 수주가 아니라 첨단 설계 기술과 조선 공정 노하우를 지원할 계획이다.

올해 4월 열린 중남미 최대 방산 전시회 ‘SITDEF 2025’에서는 수주한 호위함뿐 아니라, 페루 정부와 공동 개발 중인 차세대 전수함도 선보였다. 또한 전시회에선 시마 조선소와 ‘공동개발 합의서(MOA)’를 체결하고, 페루와의 함정 사업 협력 확대를 논의했다. 리마 국립공과대학교(UNI)와는 조선산업 연구·교육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으며 인재 양성 및 기술 생태계 확산에도 나섰다.

해군 현대화·해양 이슈에 수요 증가 전망

한편 중남미 33개국의 국방예산은 2022년 기준 560억달러로 전 세계의 3% 수준에 불과하나, 안보 불확실성에 군비 증강이 빨라지며 2026년까지 연평균 6%대 성장이 예상된다. 스톡홀름 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의 중남미 방산시장 점유율은 8.3%로 세계 6위 수준이다.

이 가운데 중남미 주요국들은 해군력 현대화에 특히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냉전기에 도입된 구형 함정이 많아, 노후화에 따른 교체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서다. 또한 외교부 라틴아메리카협력센터에 따르면, 중남미의 해군 전력 확충은 단순한 군비 증강을 넘어 불법어업, 마약 밀매 등 비군사적 해양 이슈 대응 수단으로도 확대되는 추세다. 중남미 각국은 조선 인프라를 키우려는 정부 정책이 더해지며, 단순 수입보다는 기술이전·공동생산 방식의 협력 모델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e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