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석달째 판매량 ‘상승곡선’

경쟁 모델 대비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 평가

가격·마케팅 등 ‘차별화 정책’ 주효

현대차 플래그십 전기 SUV 아이오닉 9 [현대차 제공]
현대차 플래그십 전기 SUV 아이오닉 9 [현대차 제공]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9이 지난 2월 공식 출시 이후 매월 판매량 상승 곡선을 그리며 국내 대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시장에 연착륙하는 모양새다.

24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플래그십 전기 SUV 아이오닉 9은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모두 1009대가 팔렸다. 이는 전월 대비 28.7% 늘어난 수치로, 아이오닉 9이는 지난 2월 중순 정식 출시 이후 같은 달 181대, 3월 784대 등 이후 2개월 연속 판매량 상승곡선을 그렸다.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에서 직접 경쟁을 벌이는 기아 EV9이 올해 거둔 성적표와 비교하면, 고무적인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이오닉 9과 EV9는 두 모델 모두 북미, 유럽 등 글로벌 주요 시상식에서 각 부문 ‘최고의 전기차’로 선정되며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EV9은 지난 2023년 6월 국내 출시 이후 2024 월드카 어워즈에서 ‘세계 올해의 자동차’와 ‘세계 올해의 전기차’ 2관왕에 오르는 등 전 세계 유수의 기관과 매체로부터 잇따라 수상과 호평을 받았다. 최근에는 독일 아우토 빌트가 시행한 시행한 럭셔리 브랜드와의 비교 평가에서 볼보 EX90, 메르세데스 벤츠 EQS SUV 등 경쟁 모델을 제치고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아이오닉 9 역시 지난 9일 영국 탑기어가 주관하는 ‘2025 탑기어 전기차 어워즈’에서 ‘최고의 7인승 전기차’에 선정되며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두 모델은 국내 시장 판매량에서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EV9의 경우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전년 대비 25.7% 줄어든 150대가 팔렸다. 이는 아이오닉 9의 판매량의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올해(1~4월) 누적 판매량 역시 477대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업계에서는 두 모델 간 판매량 격차가 크게 벌어진 주된 요인으로 가격 정책을 꼽는다. 아이오닉 9 출시 당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끈 대목은 차량의 가격이다.

기아 플래그십 전기 SUV EV9 [기아 제공]
기아 플래그십 전기 SUV EV9 [기아 제공]

현대차는 당시 세계 혜택 기준 아이오닉 9의 가격을 트림별로 6715만원부터 7941만원으로 책정했다.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 6200만~6300만원대부터 구매할 수 있다. 아이오닉 9 출시 당시 EV9의 최하위 트림인 에어트림의 가격은 7337만원으로, 국비 보조금을 제외하더라도 622만원가량 더 낮은 가격표가 붙으면서 눈길을 끌었다.

이러한 변화는 ‘시장 눈높이 대비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이라는 일부 지적에 발목이 잡힌 EV9의 사례가 현대차의 가격 정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EV9는 지난 2023년 6월 출시 이후 2개월 연속 월판매 1000대를 넘어서는 데 성공했지만, 출시 석 달 만에 판매량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아도 EV9의 판매량 반등을 꾀하고자 아이오닉 9 출시 시점에 맞춰 기존 모델에 탑재된 99.8㎾h 배터리 대신 76.1㎾h 배터리를 적용, 가격을 7337만원에서 6412만원으로 925만원 낮춘 스탠다드(에어트림) 모델을 내놨지만, 당장 시장에서는 좀처럼 반등 기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현대차의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도 아이오닉 9 판매량 상승세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신차 출시 이후 6개월 동안 직원 할인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부 원칙을 깨고, 지난달 하순부터 근속 연수에 따라 차량 가격을 할인해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오닉 9의 출시 시점이 지난 2월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약 4개월가량 할인 시점을 앞당긴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오닉 9은 EV9과 경쟁 모델이지만, 신차 시기에서만 2년 가까이 차이가 나는 만큼 전기차 구매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배터리 용량(아이오닉 9 110.3㎾h, EV9 99.8㎾h)과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가능거리(아이오닉 9 532㎞, EV9 501㎞) 등 여러 요인에서 EV9과 비교해 우위에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두 모델이 가격 경쟁력에서도 차이를 보이지 않는 데다 양사 모두 전기차 시장 활성화를 위해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 만큼 판두 모델 간 판매량 격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likehyo8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