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총 차입금 전년보다 6.6조원 줄여
HBM으로 대규모 현금창출, 차입금 갚아
기업가치 제고 계획서 ‘순현금 전환’ 제시
HBM 선점해 수익↑, 미래 투자재원 마련
젠슨 황, SK에 “HBM4 잘 지원해줘” 당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0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IT 전시회 ‘컴퓨텍스 2025’에서 SK하이닉스 부스를 깜짝 방문해 임직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 SNS]](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22/news-p.v1.20250522.1ae6268fef1348efa121ba1adc49db03_P1.png)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 메모리(HBM) 판매 확대로 역대급 실적 행진을 이어가면서 이르면 올해 말 차입금보다 현금이 더 많은 순현금 구조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수익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신중한 투자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 사업으로 대규모 현금 창출력을 과시하면서 재무구조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SK하이닉스가 공시한 올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총 차입금은 25조9838억원이다. 지난해 1분기 총 차입금이 32조5753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1년 만에 약 6조6600억원 줄였다.
반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같은 기간 10조3189억원에서 14조3110억원으로 4조원 가량 불어나며 현금 보유 수준이 크게 높아졌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11조원 규모의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에 나서면서 차입금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2023년 반도체 업황 악화까지 맞물려 총 차입금은 32조원까지 늘어나 재무 부담이 가중됐다.
매년 6~7조원씩 늘어나던 총 차입금 규모는 2024년을 기점으로 전환점을 맞았다. 업황 반등과 함께 AI 메모리 시장에서 나홀로 HBM 특수를 누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고, 이는 재무구조 개선으로 이어졌다.
영업활동으로 대규모 현금을 창출하면서 지난해 말 기준 총 차입금은 25조원대로 내려왔다. 반면, 보유 현금은 8조9200억원에서 14조1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59% 증가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0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IT 전시회 ‘컴퓨텍스 2025’에서 SK하이닉스 부스를 깜짝 방문해 HBM 샘플에 서명하고 있다. [SK하이닉스 SNS]](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22/news-p.v1.20250522.566c6d62f38b45a8ac3fffbbabd5e6ab_P1.png)
총 차입금에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은 2023년 말 23조5800억원에서 2024년 말 11조3000억원까지 줄어 재무 부담을 덜었다. HBM을 통해 번 돈으로 빌린 자금부터 빠르게 갚는 ‘빚 다이어트’가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차입금보다 현금이 많은 순현금 구조로의 전환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차입금을 줄이고 현금 보유 수준을 높여 업황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반도체 사이클의 급격한 위축이 없다면 SK하이닉스는 연내 순현금 구조로의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며 “미래에 대비할 투자재원을 충분히 마련해 기술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어갈 동력을 확보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일반 D램보다 가격이 3~5배 비싼 HBM을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수익성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2022년 4세대 HBM인 HBM3를 시작으로 2024년 5세대 HBM3E 8단, 12단을 업계 최초로 양산한 데 이어 올해 3월엔 6세대 제품인 HBM4 12단 샘플도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고객사들에 가장 먼저 전달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IT 전시회 ‘컴퓨텍스 2025’에서 엔비디아의 AI 서버용 그래픽처리장치(GPU) 모듈인 GB200과 여기에 탑재되는 HBM3E 12단을 함께 전시했다. [SK하이닉스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22/news-p.v1.20250522.434a6d4667e54c489b02413cce1fdd7b_P1.jpg)
올해 HBM 물량을 이미 완판한 SK하이닉스는 내년 물량도 올해 상반기 중으로 주요 북미 고객사들과 공급 협상을 끝낸다는 계획이다. HBM4 12단 제품은 올해 하반기 양산을 앞두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IT 전시회 ‘컴퓨텍스 2025’에서 SK하이닉스 부스를 깜짝 방문해 “HBM4를 잘 지원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업계는 황 CEO의 언급에 비춰 SK하이닉스의 HBM4도 무난히 엔비디아 생태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며 당분간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을 주도하는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HBM을 비롯한 AI 메모리 투자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등 대규모 투자가 진행 중이지만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을 기반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1분기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 콜에서 “올해 신중하지만 유연한 투자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라며 “시장 수요 대응을 위한 필수 투자를 우선하면서 선두 기술 경쟁력이 적기에 사업화될 수 있도록 미래 인프라 투자 위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joz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