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처, 미국 관세정책의 시나리오별 영향 분석

최악 상황서 대미 15.2%, 대중 31.3% 수출 감소

“피해 최소화 방책 모색…수출전략 변경도 고려”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포문을 연 글로벌 관세전쟁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 올해 우리나라의 수출액이 약 11% 줄고 경제 성장률은 0.7%포인트 하락해 ‘0%대 중반’에 머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2일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가 발간한 ‘미국 관세정책의 시나리오별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관세정책이 올해 우리나라의 수출을 3.6~10.6%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부산항 신선대부두, 감만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연합]
부산항 신선대부두, 감만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연합]

예정처는 지난 3월에 미국의 관세 부과와 통상정책 불확실성으로 우리나라 통관기준 수출이 약 3.2% 감소할 것으로 추정(관세율 한국 10%, 중국 20%, 멕시코·캐나다 25% 가정)한 바 있다. 이번에는 여기에 세 가지 시나리오를 추가로 마련해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미국이 각 나라에 최대 관세를 부과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시나리오 3)’상에서 올해 우리 수출액은 10.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한국 25%, 중국 145%, 멕시코·캐나다 25% 등의 관세율을 적용한 결과다.

이 경우 대미 수출은 15.2% 줄고, 중국의 대미 수출 역시 크게 위축되면서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도 31.3%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에 반도체·디스플레이·무선통신 부품 등 중간재를 수출하는 우리나라의 타격이 상당하다는 얘기다.

예정처는 상대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 1·2 상에서는 우리나라의 수출이 3.6%·4.7% 감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시나리오 1은 미국의 최근 발표 등을 반영해 관세율을 한국 15%, 중국 30%, 멕시코·캐나다 10%로 설정했다. 시나리오 2는 미국과 중국이 90일 유예기간 이후 추가 관세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를 고려해 시나리오 1에서 중국 관세만 54%로 올렸다.

두 가지 시나리오상에서 대미 수출은 각각 11.8%, 10.1% 줄었다. 대중 수출은 각각 3.0% 늘고, 4.1% 줄어 방향이 엇갈렸다.

예정처는 “관세율이 30%로 4월2일 이전에 부과되던 수준(40%)보다도 낮아지는 시나리오 1에서는 대중 수출이 소폭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다만 모든 시나리오에서 대미 수출 감소는 수출에 가장 큰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수출 감소는 경제성장률 저하로 이어진다. 시나리오 1·2 상에서 한국의 성장률은 0.02%포인트, 0.11%포인트 각각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예상된 하락폭은 0.69%포인트였다.

예정처는 지난 3월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제시했는데, 이번 보고서에서 “1분기 실적 악화로 연간 전망치도 0.2%포인트 정도 낮아질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현 상황에서 최대 관세율이 적용되고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 경제성장률이 0%대 중반까지 꺾일 수 있다는 게 예정처의 관측이다.

김원혁 예정처 분석관은 “시나리오 3에서는 성장률 하락폭이 약 0.7%포인트까지 확대되는데 이 경우 연간 성장률이 0.6%가 된다”고 설명했다.

예정처는 미국의 관세정책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미칠 수 있는 하방 리스크가 이달 12일 미·중 합의 이후 상당폭 줄어든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한국의 관세율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정처는 “단기적으로는 미국과의 협상을 최대한 유리하게 이끌고 자동차·철강 등 업종에 대해서는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미국발 세계 교역질서 재편 움직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외 생산기지 이전·재배치 등 수출전략의 변경과 새로운 전략 수립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y2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