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치 변동에 수익성·비용구조 영향
투자 일정 타격에 계약 후속 리스크까지
불확실성 대응 전략 운용에도 한계 있어
최근 원·달러 환율이 높은 변동성을 보이자 기업들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경기 둔화, 미국 관세, 국내 정치 상황 등 안 그래도 불확실성이 고조된 가운데 리스크가 또 하나 추가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5월 1~16일 하루 평균 달러 대비 원화 환율 변동 폭(장중 최고·최저 환율 간 차이)은 25.26원으로 집계됐다. 원화 환율 변동 폭은 올해 1월 12.46원에서 2월 9.47원, 3월 9.79원으로 소폭 떨어졌지만, 지난달 미국의 관세 이슈 등으로 14.85원으로 벌어졌다. 이달 들어서도 2일에는 하루 변동 폭이 48.5원에 달하는 등 출렁임이 거세다.
원화가치가 급격히 오르거나 떨어지면 기업 수익성과 비용 구조는 일정 영향을 받게 된다. 수출형 제조업이 발달한 우리나라에선 환율 상승 시 수혜를 보는 업종이 많다. 상사, 조선, 자동차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업종은 수출 비중이 높고, 계약도 대부분 달러화로 이뤄지므로 환율이 오르면 실적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다만 환율 상승이 곧장 모든 기업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 수출기업의 경우 실적이 확대되는 측면은 있지만, 동시에 원재료나 부품을 해외에서 들여와야 하는 제조기업은 원가 부담이 커지며 오히려 실적에 부정적일 수 있다. 업종별 구조와 기업 규모에 따라 환율 영향이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다.
실제로 산업연구원의 ‘환율 변동이 국내 제조업 기업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원화 가치가 10% 절하될 경우 소재·부품 산업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0.42%포인트 오를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ICT 산업은 0.11%포인트 증가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또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기업은 원화 절하에 따른 매출 효과가 제한적인 반면, 수입 원가 상승으로 영업이익률이 악화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들은 환율이 오르거나 내리는 방향보다, 하루에도 수십원씩 출렁이는 변동성에 더 주목하고 있다. 수출·수입 조건뿐만 아니라 투자 일정과 원가 산정, 환헷지 시점 등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환율이 급등한 뒤 빠르게 떨어질 경우, 재고평가손실이나 계약 조정 부담 등 후속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환율의 상승은 한국의 경제성장, 소비, 투자, 수출 모두에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또 환율의 변동성과 수준이 크게 증가하며 거시경제의 전반적인 변동성이 확대됐고, 환율의 경제 효과가 일시적이란 점에서 대응 전략 수립이 어렵다고도 했다.
기업들은 환율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환 헷지(위험회피) 전략 등을 운용 중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환율은 수출입 실적뿐 아니라 투자 타이밍, 원가 구조, 중장기 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안정적인 수준에서 예측 가능하게 움직이길 바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은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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