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냉각전쟁’ 주도권 선점 박차
자회사 에이스냉동, 印첸나이에 신규법인
HVAC 수요급증 대비 선제적 기반 구축
MS 등 빅테크 데이터센터 구축에 집중
조주완 CEO “인도 HVAC 기회의 땅”
![지난해 8월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인베스터 포럼’에서 냉난방공조 사업 전략을 설명하는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 [LG전자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6/news-p.v1.20250516.f367be3d952949a1b427658f5fc36e77_P1.jpg)
LG전자의 냉동공조 자회사 에이스냉동공조가 올 1분기 인도에 첫 법인을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후보지로 각광받는 인도에 냉난방공조(HVAC) 사업 기반을 선제적으로 구축해 현지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16일 LG전자의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에이스냉동공조는 1월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 첸나이에 법인을 설립했다.
에이스냉동공조의 해외법인 설립은 헝가리(2022년), 미국(2023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신규 법인이 들어선 첸나이는 뭄바이와 함께 인도 내 데이터센터가 집중 구축되고 있는 지역이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MS)가 첸나이를 비롯해 뭄바이, 푸네에 데이터센터를 두고 있다. 아마존과 구글 등도 인도 내 데이터센터 설립을 확대하고 있다.
LG전자는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며 뜨거운 열을 내뿜는 데이터센터를 겨냥해 냉각설비 공급을 확대하며 HVAC 사업의 성장을 꾀하고 있다.
LG전자가 100% 지분을 가진 에이스냉동공조는 대형 냉방기 칠러와 연결돼 실내 온습도를 조절하는 공기조화장치를 주력으로 생산한다. 가정에서 쓰는 에어컨의 실내기에 해당한다.
HVAC 사업 확대와 맞물려 에이스냉동공조의 실적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에이스냉동공조의 매출은 2년 전인 2022년 대비 76% 성장한 70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7억원에서 22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LG전자는 향후 인도에서 HVAC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현지 사업 기반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2023년엔 LG전자의 HVAC 유지보수 자회사인 하이엠솔루텍이 인도법인을 설립하며 처음 현지에 진출했다. 이를 통해 LG전자는 설치·판매뿐만 아니라 유지보수에 이르기까지 현지에서 보다 밀착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완성했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인도에서 친환경 빌딩 프로젝트로 효율적인 HVAC 시스템과 에너지 관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공조 사업의 성장 기회를 강조했다.
시장조사업체 P&S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인도 HVAC 시장은 올해 137억달러(약 19조원)에서 2030년 294억달러(약 40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1위 인구대국으로 올라선 인도가 풍부한 노동력을 앞세워 대규모 생산시설 유치 및 도시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HVAC 수요도 빠르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는 향후 HVAC 산업의 전략 거점으로 부상할 것”이라며 “현지 법인 설립은 인도뿐만 아니라 아시아 시장에서 조기에 입지를 다질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에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일고 있어 향후 냉난방공조 제품을 공급하려는 기업들 간의 수주전도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LG전자는 지난해 5월 동남아시아 5개국의 냉난방공조 컨설턴트들을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로 불러 HVAC 제품과 기술을 소개하는 ‘LG HVAC 리더스 서밋’ 행사를 처음으로 가졌다.
LG전자는 지난해에 이어 이달 중순에도 아시아 컨설턴트들을 초청해 냉난방공조 설루션을 설명하고 네트워크를 강화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역시 이달 중국 쑤저우와 상하이에서 중동 지역 공조 컨설턴트를 대상으로 최신 제품과 기술을 소개하는 세미나를 가졌다.
삼성전자가 2조4000억원 규모의 독일 공조기기 업체 플랙트그룹을 인수하며 공조 사업에 본격 뛰어든 가운데 신흥 시장인 중동과 동남아 지역을 둘러싸고 양사의 고객사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한편, LG전자는 인도에서 프리미엄 가전과 HVAC 사업을 토대로 고속 성장하며 ‘국민 브랜드’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LG전자 인도법인은 올 1분기 매출 1조2428억원, 순이익 1243억원을 올리며 사상 최대 성과를 달성했다. 연간 매출은 2020년 2조1731억원에서 2024년 3조7910억원으로, 4년 사이 74.5% 증가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LG전자 인도법인의 연 매출이 사상 처음 4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LG전자는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이달 8일 남동부 안드라프라데시주 스리시티에서 세 번째 가전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이번 신공장을 인도 내수시장은 물론 중동과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남아시아를 겨냥한 전진기지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스리시티 공장 건설은 LG전자가 내세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LG전자는 아시아를 비롯해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 ‘글로벌 사우스’로 불리는 신흥시장에서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조주완 CEO도 “소비·생산·혁신 분야에서 떠오르는 강자인 글로벌 사우스는 (LG전자의) 핵심 성장 파트너”라며 현지 시장을 겨냥한 지속적인 사업 확대를 예고했다. 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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