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PEC 2025 통상장관회의 개회식 직전 정인교(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6/rcv.YNA.20250515.PYH2025051511610005600_P1.jpg)
APEC에선 HD현대·한화오션 그리어 대표와 면담
국내 조선 3사 미 상무부 요청으로 투자서밋 참석
우리 기업들 미국 조선소에 투자
[제주=헤럴드경제 배문숙 기자]미국과의 조선업 협력이 한미 관세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15~16일 제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에서 미국 측의 요청으로 한국 조선사 두 곳의 면담이 진행되는 동시에 국내 조선 3사가 미국에서 열린 투자서밋에 초청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업 재건과 중국 해상 패권 견제를 위해 우리 조선업과의 협력을 강조한 가운데 이같은 노력이 협상의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16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박동일 산업통상자원부 제조산업정책국장은 미 상무부 초청으로 지난 11~15일 미국 메릴랜드 내셔널하버에서 열리는 ‘2025 셀렉트USA 투자서밋’에 다녀왔다. 이 행사에는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3사 고위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투자서밋은 미국 상무부가 주최하는 미국 최대 투자 박람회다. 올해는 조선업 투자를 위한 라운드테이블이 따로 진행된 가운데 우리나라와 일본이 초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조선업 협력안을 미국과의 관세 협상 전략에 사용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일본은 중국과 한국에 이어 세계 3위의 조선 강국으로, 세계 조선 시장의 약 20%를 점유하고 있다. 특히 고부가가치 선박과 친환경 기술 분야에서 여전히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제조산업국장의 이번 출장은 미 상무부의 초청으로 이뤄졌으며 현지에서 양국 간 조선업 협력방안을 모색한 것”이라며 “이번 방미 때 미 해양경비대 등 관련 기관과도 접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조선업 정상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10일엔 ‘미 해양 지배력 강화’ 행정명령 8조를 통해 동맹국 조선소가 미국에 투자할 수 있도록 모든 인센티브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우리 기업들은 미국 내 조선소 투자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작년 말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오션은 인수금액(1억달러) 이상을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달엔 미국에서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는 호주 오스탈의 지분 9.9%도 매입했다. 필리조선소를 상선 건조 거점으로, 앨라배마와 캘리포니아에 있는 오스탈의 미국 조선소들을 군함 건조·수리 거점으로 삼으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 최대 방위산업 조선사 헌팅턴잉걸스와 생산 인력 파견뿐 아니라 미국 내 하청 공급망 재건, 공동 수주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APEC 통상장관회의 참석차 우리나라를 방문 중인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6일 제주에서 국내 특수선 양강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대표와 비공개 면담을 갖고 군함 및 상선 건조와 MRO(보수·수리·정비)를 포함한 한미 조선업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이에 같은 날 열리는 그리어 대표와 안덕근 산업부 장관의 고위급 통상 협의에서 조선사와의 면담 결과가 협상의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경쟁국이자 세계 최강의 조선업 경쟁력을 가진 한국과의 협력을 강조해왔다. 특히 특수선 양대 강자로 불리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과의 협력 가능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전날 제주에서 그리어 대표와 만나 미국의 관세 조치 관련 주요국과의 협상 동향과 한미 관세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두 사람은 한국이 금년 APEC 의장국으로서 진일보한 성과 도출을 위해 협력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우리 통상 당국은 이번 그리어 대표 방한을 계기로 관세 등 통상 협의를 위한 의제를 보다 구체화하고, 추후 관세 협의를 위한 구체적인 틀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이번 제주 회의를 기회로 미국 측과 연일 고위급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정 본부장은 전날 APEC 통상장관회의 개회 전 기자들을 만나 “14일 장성길 산업부 통상정책국장이 그리어 대표 측과 업무협의를 했다”고 밝혔다.
osky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