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스테이블코인 매장 결제
레돗페이·립페이·스텔라페이 등
해외업체 규제 공백 틈타 확산
하반기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령 전망
DSRV, 결제 플랫폼 ‘스파이크’ 구축 中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 코인투자자 30대 최모씨는 서울 강남 스타벅스 매장에서 아메리카노 두 잔을 스테이블코인 카드로 주문했다. 휴대폰 화면에서 레돗페이(Redotpay) 카드 앱을 띄운 뒤 일반 카드처럼 결제하면 돼 간편하다. 대신 원화가 아닌 충전된 스테이블코인이 차감되는 식이다. 최 씨는 “발급 비용(100달러)이 비싸서 고민했는데 신세계를 경험 중”이라며 “사용처를 확인해 보는 재미도 있다”고 했다.
스테이블코인이 국내서도 물건 결제에 사용되면서 기존 결제 문법을 허물고 있다. 이용자가 해외 스테이블코인 결제업체의 카드를 발급받아 스테이블코인을 충전해 결제하면 원화로 환전돼 거래가 가능해지면서다. 국내 관련 법규가 마련되지 않은 규제 틈새로 해외 스테이블코인 결제업체도 스며들고 있다. 국내 블록체인 업계는 스테이블코인 시장 개화를 대비하며 결제 앱 구축 등 나서고 있다.
레돗·스텔라·립페이 등 스테이블코인카드…카드사와 제휴 가맹점서 결제
![스테이블코인 카드 [각사 홈페이지]](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6/news-p.v1.20250516.6299451409fa4d24b890842fe17f4559_P1.png)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 업체는 홍콩, 싱가포르 등에 기반을 둔 레돗페이, 립페이(REAP pay), 스텔라페이(Stella pay), 디티씨페이(dtc pay), 알케미페이(alchemy pay) 등이 있다. 이들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은 큰 틀에서 유사하다. 글로벌 카드사와 제휴해 해당 가맹점에서 결제되는 식이다. 업체 대부분은 미국 카드사 비자(VISA), 마스터(MASTER)와 제휴하고 있다.
가령 이용자가 레돗페이를 통해 체크카드를 발급받은 뒤 스테이블코인을 충전하고 국내에서 결제하면, 실시간으로 원화로 환전돼 정산해준다. 비자가 구축한 전 세계 1억3000만개 이상 가맹점에서 체크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올리브영, 스타벅스 등에서도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가 가능한 이유다. 애플페이, 삼성페이로도 지원돼 확장성이 높다.
스테이블코인 카드 결제는 신용카드와 달리 중개자가 줄어들어 수수료가 낮다. 신용카드 결제와 송금 과정에서 카드사와 은행을 거치며 붙는 수수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까지 레돗페이 등은 카드사 결제망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 카드결제처럼 수수료가 붙는다. 그럼에도 해외에서 카드로 달러 결제 시 붙는 환전 수수료는 대폭 사라진다. 통상 고시 환율에 1~2% 수준의 수수료와 해외이용 수수료가 붙지만, 스테이블코인은 실시간 환율이 적용되면서다. 리닷페이와 립페이의 환전 수수료는 각 1.2%, 2%다.
“비자(VISA)망 쓰는 코인결제는 한계, 결국 P2P로”… DSRV, 스파이크(SPIKE) 앱 구축 中
국내 업체로선 해외업체가 국내 이용자를 늘려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다만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활성화가 통화 주권을 지키기 위한 방법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스테이블코인 도입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하반기에 스테이블코인 규율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내 블록체인 업체들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허용될 경우 실생활 결제에 도입하기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 중이다. 블록체인 인프라 업체 디에스알브이(DSRV)는 스테이블코인 결제 앱 ‘스파이크’(SPIKE·가칭)을 구축하고 있다. 이용자는 스파이크 앱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충전한 뒤 체크카드처럼 사용 가능하다.
이용 절차는 간단하다. 앱에 가입하면 자동으로 가상자산 월렛(지갑)이 발급된다. 월렛은 이용자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충전하고 결제하는 고유 계좌다. 이후 신분증, 계좌, 얼굴 인증을 통해 고객확인(KYC) 절차를 수행한다. 신원이 인증되면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충전한 뒤 매장의 QR코드를 스캔해 간편하게 결제 가능하다. QR코드로 결제하면 소비자 월렛에서 사업자 월렛으로 스테이블코인이 즉시 이체된다. 모든 이체 기록도 블록체인상 기록된다.
얼핏 보면 기존 간편결제서비스와 유사하다. 그러나 기존 밴(VAN)사, 카드사와 같은 중개 결제 사업자를 거치지 않고 직접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를 통해 기존 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던 중개 수수료가 절감돼 사업자의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
퍼블릭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때문에 국가 간 스테이블코인과 연계도 가능하다. 가령 한국인 관광객이 싱가포르 현지 식당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면, 싱가포르 식당 주인은 현지 스테이블코인으로 정산 받을 수 있다. 점주는 기존 결제 방식 대비 수수료가 절감되고, 한국인 관광객은 환전 수수료 부담이 사라진다.
DSRV 담당자는 “현재 스파이크앱은 해외 결제 서비스 기업과의 연동을 통해 리테일 결제 파일럿을 진행중인 상황”이라며 “국내 제도 정비에 맞춰 국내외 은행, 결제 기업과의 협력 범위를 확대해 서비스를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가 되면, 현재 레돗페이 등 해외 업체가 카드망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결제하는 방식을 뛰어넘어 블록체인 망을 통해 직접 거래가 이뤄지는 시점도 가까워질 것으로 내다본다.
한 관계자는 “현재 (레돗페이 등이) 비자(VISA) 망을 쓴다는 것 자체가 오류”라면서 “블록체인망을 타야 중간개입이 없어 (이용자) 수수료가 절감된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수수료를 사실상 카드사(비자)가 거의 다 가져가는 구조”라며 “현재 카드를 통한 스테이블코인 결제는 과도기로 봐야하고 결국은 P2P로 지갑 대 지갑으로 가는 시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dingd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