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정부가 ‘전기료 폭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누진제 개편이 불가한 이유로 ‘부자 감세’와 ‘전력대란 우려’를 내세우고 있다.

10일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주택용 요금 전체의 원가를 그대로 둔 채 누진제만 완화하면 부자감세 문제가 생긴다”며 “이 부분에 대해 우리 사회 정서상 수용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는 누진 단계가 축소돼 전체적으로 요금이 줄어도 전기를 상대적으로 많이 써온 가구의 요금 절감액이 크다는 주장이다.

또 정부는 “부자감세 논란이 있어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주형환 산업부 장관도 지난 1월 인사청문회에서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문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산업부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징벌적 폭탄요금’으로 지칭하는 것에 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비 우리나라 전기료가 저렴하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채 실장은 “1~4단계가 원가 이하로 전체 주택용 요금이 원가 대비 92~95% 수준”이라며 “(국제에너지기구 IEA 집계) OECD 평균과 비교해도 61.3%로 과도한 요금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채 실장은 이어 “주택용 요금은 지금도 원가 이하로 공급하고 있다”며 “전력 대란 위기가 현존하는 상황에서 누진제를 완화해 전기를 더 쓰게 하는 구조로 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4인 도시 가구의 봄ㆍ가을 월평균 전력사용량은 342킬로와트시(kWh)로, 5만3000원가량의 전기요금(부가가치세ㆍ전력산업기반기금 제외)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름철 1.84kW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12시간씩 가동하면 662.4kWh를 추가로 쓰게 되면서 전기요금은 47만8000원으로 치솟는다.

전력사용량은 3배가량 늘었지만, 전기요금은 9배로 뛰는 것이다. 하루 3시간 30분씩 가동한 경우에도 3배에 달하는 14만5000원, 8시간씩 틀면 6배인 32만1000원을 내야 한다. 전력소모가 적은 벽걸이형 에어컨은 그나마 편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그래도 두 배 이상의 전기요금을 감수해야 한다 0.72kW 벽걸이형 에어컨을 하루 8시간씩 틀 경우 전기요금은 13만2000원, 12시간씩 켜놓으면 19만3000원이 부과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처럼 전력사용량 증가 폭에 비해 전기요금이 훨씬 더 가파르게 뛰는 이유는 누진제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가정용 전기요금에만 6단계 누진제를 적용한다. 최고와 최저단계 간누진 배율은 11.7배다.

일각에서는 지난 10년간 전력기구 사용이 많아지고 소비행태도 변한만큼 이제는 누진제를 손볼 때가 됐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전기요금 체계를 총괄하는 산업부는 요지부동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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