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1강’ 속 보수·진보 5자구도

파면당한 대통령 관계설정도 달라

1·2위 격차 관건…이준석 득표 관심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대선후보들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 [연합]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대선후보들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 [연합]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8년 만에 치러지는 6·3 조기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13명의 후보가 난립했던 2017년과 달리 이번 대선엔 절반 수준인 7명 후보가 등록을 마쳤다.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강’인 점은 같지만, 보수도 진보도 나뉜 5자 구도에서 보수 진영만 나뉜 3자 구도라는 점이 차이점이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등 7인은 앞으로 3주 동안 치열한 대권 경쟁에 나선다. 사실상 이재명 후보가 1강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격한 내홍 끝에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김 후보와 단일화에 선을 그은 이준석 후보가 격전을 벌일 전망이다. 2017년 19대 대선 때와 같이 1강 체제는 유지되지만, 5자 구도에서 3자 구도로 대선이 치러지는 셈이다.

8년 전엔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를 1강으로 진보 진영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추가로 나왔고, 보수 진영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후보, 중도 진영 중 보수에서 갈라진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진보에서 갈라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승부를 펼쳤다. 양자 또는 3자 구도가 아닌 5자 구도로 대선이 치러진 것은 1987년 이후 19대 대선이 처음이었다.

또 하나의 큰 차이점은 ‘파면당한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다. 19대 대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속했던 자유한국당은 탄핵 사태에 대한 사과에 나섰고, 박 전 대통령과도 철저히 선을 그었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힘은 조기 대선 발생 원인인 12·3 계엄사태에 대한 사과만 공식화했을 뿐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입장 등은 명확히 내놓지 않고 있다. 사실상 윤 전 대통령과 강성 지지층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한 것이다. 대선 기간 침묵을 지켰던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윤 전 대통령은 파면당한 지 한 달이 넘은 지난 12일에도 목소리를 내며 지지층을 결집하고 있다.

이러한 정국 상황은 각 후보의 첫 유세지에도 반영된 모양새다. 이재명 후보는 대선 출정식을 서울 중구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열었는데, 윤 전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며 밤샘 촛불 집회를 벌였던 국민을 상기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세론 굳히기’를 위해 민주당 약세 지역인 대구·경북을 찾은 문재인 후보와 대비되는 지점이다.

김 후보는 지난 조기 대선 때와 같이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첫 유세지로 서울 강동구 가락시장을 찾았다. 19대 대선 당시 홍준표 후보도 가락시장을 찾은 뒤 충남 아산 현충사를 참배하고 대구로 자리를 옮겼다.

이준석 후보는 여수국가산업단지를 찾아 차별화를 꾀했다. 경제 발전과 새로움, 생산성 등을 기치로 틈새 지형을 공략해 보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개혁 보수를 자처했던 유승민 후보 또한 서울 종합방재센터에서 일정을 시작해 인천상륙작전기념관에서 대선 출정식을 여는 등 돌파 의지를 보였었다.

정치권은 이제 3주간 경쟁 끝에 나타날 대선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먼저 투표율이다. 19대 대선은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 파면 이후 치러진 선거로 국민적인 관심을 받았고, 민주화 이후 4번째로 많은 77.2%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다음은 득표율이다. 1위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41.08%에 달하는 표를 얻었다. 2위로 24.03%를 차지한 홍 후보와는 17.05%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이같은 차이는 역대 대선 사상 최다 기록으로, 제17대 대선 당시 1위 이명박 후보와 2위 정동영 후보 간 표차보다 많았다. 이번 대선에서 이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50% 내외의 지지를 받는 상황으로, 문 전 대통령보다 더 많은 득표율을 얻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준석 후보의 약진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준석 후보는 득표율이 10%를 넘으면 선거비용 50%를, 15%를 넘어서면 선거비용 전부를 돌려받게 된다. 40대 젊은 피로 치르는 첫 대선인 만큼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경우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굳히고 보수 진영의 대안 세력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재명 후보가 득표율 절반을 넘을 순 있겠지만, 지난 조기 대선처럼 격차를 크게 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국민의힘 위기의식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보수가) 몰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지층이 투표소에 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중도 지지층이 국민의힘에서 대거 이탈하고 있어 이준석 후보 지지율이 15%를 넘을 가능성도 있다”며 “김 후보가 (표를 의식해) 윤 전 대통령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겠지만, 국민이 그 진정성을 신뢰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moon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