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엔 드론, 땅엔 로봇…여의도·한강공원 ‘입체 순찰’ 가동
기동순찰대 한강둔치서 ‘K-스마트 순찰’ 선보여
서울경찰청, 범죄예방과 안전대응 강화 노력

[헤럴드경제=김도윤 기자] 지난 11일 정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 검은 드론 1대가 수풀 위를 천천히 선회했다. 열화상 감지 기능이 탑재된 이 드론은 공원 일대를 실시간으로 순찰하는 중이었다. 공중의 드론 아래에는 금속 프레임을 허벅지에 장착한 경찰대원들이 로봇 보행 보조기구 ‘윔’를 착용한 채 오와 열을 맞춰 걷고 있었다. 강물 위로는 경광등을 단 순찰정이 천천히 물살을 가르며 지나갔다.
서울경찰청이 이날 출입기자단에 선보인 ‘K-스마트 순찰’은 하늘(드론)과 땅(웨어러블·전기자전거), 물 위(순찰정)로 이어지는 입체 순찰 시스템이다. 경찰은 다음달 30일까지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 이 새로운 시스템을 시범으로 운영하며 범죄 예방과 안전 대응을 강화한다.
여의도는 봄철마다 치안 수요가 급증하는 지역이다. 지난해 2분기(4~6월)에는 전(前)분기와 견주어 방문객이 180만명에서 547만명으로 203.9% 증가했고 112 신고가 4454건에서 6789건으로 52.4% 늘었다. 경찰은 주말과 공휴일 정오부터 오후 10시까지 기동순찰대 4개팀(약 30명)을 복합쇼핑몰, 지하철역, 공원 등에 집중적으로 배치한다.
순찰대원들은 평소 무게 20kg짜리 배낭을 멘 채 하루 평균 2만보를 3~4시간씩 걷는 중노동에 시달리지만 이번에 선보인 웨어러블 로봇 ‘윔’은 이러한 업무 피로도를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1.6kg 정도에 그치는 이 로봇을 입으면 에너지 소모가 약 20% 절약되고 배낭의 체감 무게도 60% 넘게 줄어든다. 또 계단이나 경사진 구간에서도 로봇이 다리를 보조해 보다 효율적인 이동이 가능하다.
현장에서 로봇을 착용하던 한 순찰대원은 “여의도는 차량 진입이 어렵고 넓은 지역을 커버해야 한다”며 “로봇과 전기자전거 도입으로 기동성과 체력이 보완돼 더 넓은 범위를 책임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전기자전거는 26km에 달하는 공원 자전거도로를 커버한다. 최대 200km를 주행할 수 있으며 ‘워크모드’ 기능이 있어 끌고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공원 상공의 드론은 인공지능(AI)과 열화상 감지 기능으로 범죄나 조난 상황을 인식·추적한다. 실제 시연에선 돗자리 주변을 맴도는 수상한 남성을 드론이 포착하고 인상착의를 분석해 실시간으로 동선을 추적하는 장면이 재현됐다. 수풀에 쓰러진 요구조자를 찾아내는 장면도 연출됐다.
물 위 순찰은 한강경찰대가 맡는다. ▷중형 순찰정 8대 ▷소형 순찰정 2대 ▷수상 오토바이 2대가 여의도 주변을 계속해서 순찰한다.
한강경찰대 관계자는 “순찰정이 강 위를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시민의 체감 안전도는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며 “지난해 한강경찰대에 접수된 3454건의 신고 중 여의도 권역이 상당수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기동순찰의 핵심은 장비만이 아니다. 경찰 관계자는 “장비를 통해 경찰관 수를 늘리지 않더라도 시민과의 접촉 빈도를 높이고 가시적인 존재감으로 안심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개를 끌고 산책하던 시민 박지호(35) 씨는 “순찰정이 강을 도는 걸 보니 사고가 없기를 바라면서도 훨씬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앞으로도 기동순찰팀과 장비 간 유기적 협업을 통해 여의도를 ‘더 안전하다고 체감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kimdoy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