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OSTECH 권세윤 교수팀, 댐 건설로 인한 해양생물 수은 농도 변화 규명
![수은 메틸화 및 생물 축적에 대한 댐 건설의 영향 모식도.[POSTECH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2/news-p.v1.20250512.b129a3ce654a4b10a3ccf758b44e4116_P1.jpg)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30여 년 전, 우리나라 서해안에 세워진 댐들은 풍요와 안정을 약속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 뒤편에 숨겨진 위험이 조용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환경공학부 권세윤 교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김영광 박사 공연구팀이 30여 년 동안의 데이터를 분석해 댐 같은 인프라가 서해안 독성 물질의 생물 축적 양상을 변화시키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환경오염(Environmental Pollution)’에 게재됐다.
연구팀이 30년간의 해양 생물 샘플을 분석한 결과는 놀라웠다. 조개 등 패류의 수은은 96% 감소했지만, 물고기의 수은은 오히려 106% 증가했다. 어떻게 이런 상반된 결과가 나왔을까? 답은 퇴적물에 있었다. 하구 퇴적물을 분석한 결과, 일반 수은은 74% 줄어든 반면, 독성이 훨씬 더 강하고, 몸속에 쉽게 쌓이는 ‘메틸수은‘은 무려 536%나 증가했다.
![권세윤 POSTECH 교수.[POSTECH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2/news-p.v1.20250512.c821d3b64fb34c8f9794559c205b6a9e_P1.png)
추가로 연구팀은 수은의 ‘지문’과도 같은 안정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수은의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댐 건설 이전에는 주로 강을 통해 산업단지나 육지에서 흘러온 수은이 하구로 유입됐다. 그러나 댐이 세워진 뒤 강의 흐름이 막히면서 하구로 들어오는 수은의 양이 줄어들고, 대신 비나 대기 중 먼지에 섞인 수은이 주요 공급원이 됐다.
문제는 ‘하늘에서 내린 수은’이 더 쉽게 메틸수은으로 변한다는 점이다. 바다에는 다양한 미생물이 살고 있는데, 이 미생물들이 일반 수은을 메틸수은으로 바꾼다. 그 결과, 하구 퇴적물 속 메틸수은 농도가 5배 이상 늘어났고, 먹이사슬을 타고 물고기 내에 쌓인 것이다. 이는 댐이 단순히 수질만 바꾼 것이 아니라 생태계 내에서 독성 물질의 이동과 축적 방식 자체를 완전히 바꿔버렸다는 뜻이다.
![김영광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사.[POSTECH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2/news-p.v1.20250512.90e3b8cc85004c36971e00a2e9c5e120_P1.jpg)
이번 연구는 단순히 오염 물질의 총량만 측정해서는 그 영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겉으로 보이는 수은의 총량은 줄었지만, 독성이 훨씬 강한 메틸수은의 양은 오히려 증가한 것처럼 말이다.
권세윤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순히 오염의 양뿐 아니라, 그 오염이 생물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며 “환경영향평가나 수질 관리 정책에서도 이와 같은 미세한 생지화학적 변화까지 고려하는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