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우리은행 폴란드 지점 개점
인적 인프라 바탕 유럽시장 공략 박차
현지 부지점장, 대한제국 간부 후손 출신
우크라 종전 협상에 재건 금융 역할 기대
![정진완(왼쪽) 우리은행장이 지난 7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 우리은행 폴란드 지점에서 마테우슈 오르딕 부지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마테우슈 부지점장의 외고조부인 김병준 씨의 1886년 무과급제 교지와 1897년 정3품 통정대부 칙명(임명장)을 정 행장과 마테우슈 부지점장이 각각 들고 있다. [우리은행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2/news-p.v1.20250512.941c72241fd64ce093196419274d1297_P1.jpg)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우리은행이 지난달 문을 연 폴라드 바르샤바 지점에 해외금융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이른바 ‘폴란드 드림팀’을 꾸렸다. 이 중에는 한국과 역사적 인연이 있는 인물도 있어 눈길을 끈다. 대한제국 시절 고위 경찰 간부의 후손인 마테우슈 오르딕 부지점장이 그 주인공이다.
12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마테우슈 부지점장은 PwC, 딜로이트 등 글로벌 회계법인에서 근무한 금융 전문 변호사로 최근 폴란드 지점에 자금세탁, 내부통제를 총괄하는 관리자급으로 채용됐는데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와의 특별한 연을 발견했다.
마테우슈 부지점장의 외고조부, 즉 4대 조상이 대한제국 시절 서울에서 경무관으로 재직한 김병준 씨로 밝혀진 것이다. 김씨는 당시 러시아로 이주했고 그 후손이 유럽 곳곳으로 퍼져나가면서 현재 마테우슈 부지점장 세대에 이르렀다.
실제 마테우슈 부지점장이 간직해 온 김씨의 칙명(임명장)에 따르면 1897년 12월 5일 고종 황제가 ‘경무청 경무관인 김병준을 정3품 통정대부로 승진시킨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보다 몇해 앞선 1886년 3월 김씨가 무과 시험에서 병과로 급제한 사실이 담긴 교지도 남아 있다.
우리은행이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폴란드 지점을 설립하며 채용한 현지 인재가 알고 보니 대한제국 시절 한국을 떠나야 했던 조상의 후손이자 120여년 전 고종 황제로 연결된 인연이었던 셈이다.
무엇보다 고종 황제는 1899년 우리은행의 전신인 대한천일은행(大韓天一銀行) 탄생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고종 황제는 구한말 개항과 함께 우리 상인이 설 자리가 좁아지자 황실 운영자금을 자본금으로 은행 설립을 주도했고 대한천일은행은 상업자본 육성, 금융주권 회복, 국가경제 부흥을 위해 뿌리 내리며 지금의 우리은행으로 이어졌다.
![마테우슈 오르딕 우리은행 폴란드 바르샤바 지점 부지점장이 간직해 온 조상 김병준 씨의 대한제국 시절 칙명(임명장). 1897년 12월 5일 고종 황제가 경무청 경무관인 김병준을 정3품 통정대부로 승진시킨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우리은행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2/news-p.v1.20250512.0d204e8bb38c483d8a04295d255cedf6_P1.jpg)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지난 7일 폴란드 지점을 직접 찾아 새롭게 출발하는 직원들에게 아낌없는 격려와 응원의 말을 전했다. 정 행장은 특히 마테우슈 부지점장의 이야기를 듣고는 “광무 원년이 1897년, 그로부터 2년 뒤인 1899년이 바로 우리은행의 창립 원년”이라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마테우슈 부지점장은 정 행장과 만난 자리에서 “태어나고 자란 곳은 폴란드지만 뿌리는 한국에 있다”며 “두 나라의 역사와 미래를 잇는 다리라는 마음으로 우리은행이 유럽에서 한국의 신뢰를 대표하는 금융기관으로 자리 잡도록 경험과 정성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광복 8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에 유럽 금융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역사적 연결고리를 발견하게 돼 감동적”이라고 했다.
우리은행 폴란드 지점은 국내 파견 인력 2명과 현지 채용 인력 5명이 꾸려간다.
마테우슈 부지점장을 비롯해 씨티은행에서 23년간 근무하고 폴란드 재무부에서 활약한 정보기술(IT) 전문가, KPMG·HSBC 등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회계 및 재무 전문가 등 글로벌 인재를 대거 확보했다. 이들은 안정적인 지점 운영과 기업금융 확대를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폴란드 지점을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사업의 금융 플랫폼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최근 미국 중재 하의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이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재건사업이 본격화되면 우리은행이 기업의 현지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거점이 될 전망이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