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성 자산 규모만 100조원 이상

멈췄던 대형 M&A 시계 다시 가동되나

로봇·전장 등 신사업 발굴로 새 활력 불어넣어야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의 럭셔리 오디오 브랜드를 전격 인수하며 대형 인수합병(M&A)에 시동을 걸었다. 2010년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5대 신수종 사업’ 발표 후 삼성전자는 뚜렷한 대표 신사업을 내세우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인수를 통해 로봇, 오디오 및 전장으로 굵직한 방향성이 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가 흔들리는 등 조직 전반이 정체된 상황에서 신사업 발굴 추진으로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꾀하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AI홈 트렌드 확산에 소비자용 오디오 수요 ↑

스마트싱스 연결성 확장 시너지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6일 자회사 하만 인터내셔널(이하 하만)이 미국 기업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를 3억5000만달러(한화 약 5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 80억달러(약 9조3400억원)를 들여 하만을 인수한 후 약 8년 만의 대형 M&A다.

이번 인수로 하만은 럭셔리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바워스앤윌킨스(B&W)’와 함께 ‘데논(Denon)’, ‘마란츠(Marantz)’, ‘폴크(Polk)’, ‘데피니티브 테크놀로지(Definitive Technology)’ 등을 거느리게 됐다. 자사 라이프스타일 사업부문을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과 합칠 예정이다.

오디오 사업 강화로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부문과 다양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B&W의 800 시리즈 다이아몬드 [B&W 제공]
B&W의 800 시리즈 다이아몬드 [B&W 제공]

우선, 인공지능(AI) 스마트홈의 연결성을 확장할 수 있다. AI 기술의 도입으로 기존 생활가전·TV 사업은 복합적인 ‘공간 솔루션’으로 진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를 필두로 가정 내 기기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생태계를 구축 중이다. 모바일과 TV 등 각 제품의 음향 및 오디오 품질을 향상하는 것은 물론 더욱 다양한 오디오 및 스피커 기기를 스마트싱스 생태계에 포함시킬 수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소비자용 오디오 시장이 2025년 608억 달러에서 2029년 7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비자용 오디오란, 통상 사운드바·홈시어터·스마트 스피커를 아우르는 홈 오디오와 이어폰·헤드폰 같은 퍼스널 오디오를 포함한다. AI 스마트홈 경험의 확산과 함께 음향 관련 기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모양새다.

하만이 전체 시장의 40~50%를 점유하고 있는 차량용 오디오의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다.

마시모의 B&W는 BMW, 마세라티, 맥라렌, 볼보 등 프리미엄 차량 브랜드와 음향 부문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하만은 이미 글로벌 완성차 고객들에게 하만카돈, JBL, 마크레빈슨, AKG, 뱅앤올룹슨(Bang & Olufsen) 등 브랜드별로 차별화된 오디오 경험과 음향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브랜드 포트폴리오에 B&W를 추가, 완성차 고객 네트워크 확장이 기대된다.

보유한 현금성 자산만 100조

로봇·오디오·전장으로 가닥 잡았나

현재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은 100조원이 넘는다. 이번 인수를 계기로 그간 지지부진했던 미래 먹거리 발굴 사업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가 올 1월 미국 CES 2025에서 선보인 자회사 하만 전시장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올 1월 미국 CES 2025에서 선보인 자회사 하만 전시장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대형 M&A 시계는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멈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사업 발굴도 2010년 고 이건희 회장의 5대 신수종 사업(배터리·발광다이오드(LED)·의료기기 등) 발표 후 뚜렷한 청사진이 없었다. 재계에선 이재용 회장만의 대표 미래 먹거리 사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최근의 M&A 사례를 보면 로봇 사업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3년 말 대표이사 직속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하며 신사업 발굴에 나섰다. 지난해 말에는 로봇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 최대 주주로 올라서며, 미래 로봇 기술 개발을 전담하는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했다.

미래로봇추진단은 휴머노이드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 올라온 미래로봇추진단 경력사원 공고에 따르면 모집 분야는 ▷보행전신제어 ▷조작(Manipulation)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 등이다. 세부 직무내용에는 휴머노이드 보행·전신 제어 기술 개발, 휴머노이드 RFM 기술 개발 등을 명시했다.

박순철 삼성전자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달 30일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로봇과 AI를 포함한 다양한 신사업 추진으로 새로운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며 “특히 로봇 분야에서는 하드웨어(HW)뿐 아니라 소프트웨어(SW)에 이르기까지 자체 개발과 외부 파트너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jakme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