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트럼프 관세 완화 검토’ 보도

중복관세X·부품 관세 완화 가능성 시사

韓 완성차업계 ‘관세 부과’까지 시간벌듯

업계 “정부 간 협상으로 비교우위도 가능”

HMGMA 노동자들이 아이오닉 5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HMGMA 노동자들이 아이오닉 5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주요 외신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부품 관세’ 완화 가능성을 보도하면서, 국내 완성차와 부품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존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하려던 완성차·자동차 부품 관련 관세가 25% 수준에 달하는 만큼 일부 완화는 우리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도한 관세 부과를 시사하고 이후 협상을 통해 부과액수를 줄이며 실리를 얻어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특성을 고려했을 때, 우리 정부의 빠른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29일 미국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 소식통의 발언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자동차 중복 관세’를 막고, 외국산 차 부품의 관세를 일부 완화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집회에 참석하는 만큼, 실제 정책적인 결정은 행사가 끝난 후 구체화할 것으로 관측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해 완성차·자동차 부품에 25%, 철강·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가운데, 완성차업계는 두 관세가 이중부과(50%) 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완성차와 자동차 부품은 철강재와 알루미늄 제품이 주로 사용되는 일종의 ‘파생제품’으로서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실제 50%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완성차 업계에는 최악의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돼 왔다. WSJ의 보도를 참고할 경우, 이같은 우려감은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란 전망이다.

부품에 부과될 관세가 완화되는 것도 고무적인 부분이다.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는 내달 3일부로 25% 부과가 예상됐는데, 우선 차 한 대당 3.75% 가치에 대해서는 환급이 가능하고, 환급 비율은 2년 차에는 차량 가치의 2.75%로 줄인 후, 이후 전면 폐지되는 방향을 따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는 현지 완성차 업계의 거센 반발에 미국 정부가 한발 물러선 결정으로 여겨진다. 앞서 ‘자동차혁신연합’(AAI)과 ‘자동차정책위원회’(AAPC) 등 자동차 유관협회들은 미국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관세 철폐’를 직접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이들은 GM(제너럴모터스)과 포드, 스텔란티스그룹 등 미국 완성차업계가 주축이 돼 있는 기관이다.

내연기관차 기준 차량에 들어가는 부품은 약 3만개 수준. 이에 미국으로 들여오는 부품에 막대한 관세가 부과될 경우, 현지에 공장을 두고 있는 미국 업체들의 경우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데 대한 우려감이 감지된 것으로 풀이된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은 북미 3국(미국·멕시코·캐나다)의 공급망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면서 “원자재에서 부품으로, 또 그 부품을 모아 핵심부품이 되고 차량에 탑재되기까지 많게는 10차례 넘게 제품이 부품을 오가는 경우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정은 우리 완성차 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82억22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 자동차 부품의 대미 수출 비중은 36.5%. 산업 전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국내 완성차 업계가 현지에 생산공장을 두고 시장 반응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우리 부품의 미국 현지수출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관세가 조정될 경우 실제 수출에 미치는 영향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완성차업체의 현지 생산에도 긍정적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총 210억 달러의 현지 투자를 단행하면서, 현대차 앨라배마공장(36만대)과 기아 조지아공장(34만대), HMGMA(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30만대)까지 총 100만대 수준인 현지 생산물량을 120만대까지 증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증설을 위해선 현지에 조달해야 하는 부품의 숫자나 규모까지 커져야만 하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과 함께 현지에 나가는 부품 제조 계열사나 주요 협력업체들의 현지 증설을 위한 시간도 필요하다. 우리 정부가 현지 투자를 위한 다양한 금융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지만, 실제 금액이 집행되고 생산시설을 갖추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 완성차 부품에 들어가는 관세 부담이 줄어들게 될 경우, 현지에서 부품 생산라인을 갖추기까지 필요한 시간도 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완성차에 대한 관세 조정의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한 무역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앞선 1기 행정부 시절부터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우방국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협상의 여지를 거듭 강조해왔다”라면서 “우리 정부가 자동차 분야에서 관세율 조정에 성공할 경우 현재 중국산이나 캐나다·멕시코산 등 타국의 부품 등이 부담하는 시장을 되레 뺏어오는 결과도 얻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미국의 한국산 자동차 부품 수입액은 135억 달러로, 전체 수입액(2125억 달러)의 6.4% 수준이었다. 미국이 수입하는 자동차 부품은 NAFTA 회원국인 멕시코(1위)와 캐나다(2위)에 이어 밋션 등에 강점을 보이는 일본(3위), 그외 정밀 부품에 강점을 보이는 독일(4위)과 한국(5위) 순이다.


zzz@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