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건설투자 1년새 -12.2%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폭 격감

1분기 성장률 홀로 0.4%P 끌어내려

관세 전쟁 충격 전 역성장 만든 원인

올해 1분기 건설투자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내수 부진에 따른 성장률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 [연합]
올해 1분기 건설투자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내수 부진에 따른 성장률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올해 1분기 건설투자가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8조원가량 감소하면서 외환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이는 1분기 -0.2% 경제 성장률의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관세전쟁 우려가 커지는 상황 속 내수 핵심인 건설경기까지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올해 0%대 성장률 가능성마저 키우고 있다. 결국 성장률 회복을 위해 건설투자가 되살아날 수 있는 카드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투자 규모는 56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64조5000억원 대비 7조9000억원 감소했다. 비율로 보면 1년 사이 건설투자가 12.2% 격감했다.

이 같은 감소 폭은 외환위기 당시 1998년 4분기(17.7%)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공사에 크게 차질이 있었던 2020년 4분기(-1.0%)에도 건설투자가 이렇게 많이 줄지는 않았다.

건설투자가 전례를 찾기 힘든 정도로 격감하면서 올해 1분기 우리나라 성장률은 -0.2%를 기록, 역성장 쇼크에 직면했다. 마이너스 성장률 중 건설투자의 기여도는 -0.4%포인트로 가장 컸다.

순수출은 오히려 0.3%포인트만큼 성장률 하락을 막았다. 관세전쟁 우려가 아직 본격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내수 부진, 그중에서도 건설 경기 부진으로 경제가 뒷걸음질 쳤다.

건설경기가 호황이던 2016~2017년대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성장했던 시절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지는 셈이다. 2016년 3분기 성장률은 0.4%였는데 당시 건설투자 성장률 기여도는 0.7%포인트에 달했다. 순수출 기여도는 -1.1%포인트였다.

건설투자 추이
건설투자 추이

지금의 건설경기 침체는 고금리로 쌓인 비용 부담, 지방 미분양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건설투자가 작년 2분기부터 성장률 하방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장기 고금리 상황,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미분양 증가에 따른 주택 경기 부진 등 구조적 요인들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투자는 건설업의 선행지표로 분류된다. 투자 살아나야 건설업 경기가 회복된다는 의미다. 이미 건설업은 지난해 2분기(전분기비, -6.0%)부터 올해 1분기(-1.5%)까지 4분기 연속 뒷걸음질 쳤는데, 앞으로도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성장률 측면에서도 매우 큰 하방 압력이다. 특히 관세전쟁으로 순수출이 더 이상 우리나라 성장을 견인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올해 0%대 성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JP모건은 한국의 올해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0.5%로 하향 조정했고, 씨티은행 역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8%에서 0.6%로 0.2%포인트 낮추고, 내년 성장률도 기존 1.6%에서 1.3%로 하향했다.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한국: 관세 충격 전 GDP 성장과 분투(struggled)’ 보고서에서 “건설 사이클 지연과 2024년 4분기와 2025년 1분기 정치적 소란(noise)으로 내수 회복이 지연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 2분기 동안 실질 수출 성장은 실망스러웠다”며 “관세 충격을 앞두고 예상했던 견조한 출하량이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th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