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장 자본시장 현안브리핑서

홈플·MBK 상당기간 전부터 회생 계획

구체적 증거 확보해 검찰에 이첩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4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자본시장 현안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4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자본시장 현안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주희·신동윤·정윤희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4일 삼부토건 주가조작 관련 조사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받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이 연루된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서도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상당기간 전부터 기업회생 신청을 계획했다는 구체적 증거를 확보해 검찰에 이첩했다고 확인했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개최한 자본시장 현안 브리핑에서 “사회적 관심이 높은 ‘특정 인물’이 삼부토건 주가 조작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광범위하게 조사했다”면서 “현재까지 고발로 이어질 만한 내용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전날 제8차 정례회의에서 삼부토건 전·현 실질 사주와 대표이사 등 10여명을 해외 재건 사업 추진과 관련한 자본시장법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다만 김건희 여사와 이종호 전 대표 등 주요 인물은 고발 대상에서 빠졌다.

이 원장은 “금감원은 통상의 조사 사건보다 더 많은 조사 인력을 투입해 모든 자금 흐름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철저히 살펴봤다”면서 “이득을 많이 본 계좌, 주식을 많이 매수·매도한 계좌 등 합리적으로 의심할 만한 모든 계좌로 조사 범위를 확대하는 등 권한 범위 내에서 제기된 의혹들을 살펴보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금융당국이 삼부토건 주가조작 일당의 부당이득 규모를 애초 알려졌던 100억원대보다 더 큰 660억원대로 특정해 검찰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는 보도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특정 인물에 대한 대면-서면 조사를 거쳤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누구라 말하긴 어렵지만 다양한 인물을 직접 조사했다”면서 “검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특정인 조사에 관한 내용과 시점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이 원장은 금융당국이 삼부토건 주가조작 혐의자들을 고발하면서 유사한 주가조작 혐의가 제기된 웰바이오텍 사건도 검찰에 함께 넘겼다고 확인했다. 웰바이오텍은 삼부토건 실소유주인 이일준 회장이 지배하고 있다. 지난 2023년 5월 폴란드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 참석을 계기로 테마주를 직접 홍보해 온 삼부토건은 당시 웰바이오텍과 함께 우크라이나 물류기업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원장은 “(조사) 시작부터 공정성에 대한 의심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 만큼 제3자(검찰)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검찰의 시간이 됐다”면서 “모든 의혹이 철저히 해명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금감원 추가 조사가 필요할 경우 조사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MBK·홈플러스, 대주주와 채권단 간의 주객 전도”…5월 말까지 T운영

이원장은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 회생 신청과 관련해서는 이들이 사전에 신용등급 하락을 인지한 점과 상당기간 전부터 기업회생 신청을 계획한 점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해 검찰에 이첩했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MBK의 주장에 대한 적정성을 검토했고 그 판단에 대한 근거 내용을 검찰로 이첩한 것”이라며 “직접 증거인지 정황 증거인지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상당한 확신을 갖고 그렇게(사전에 인지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1일 패스트트랙을 통해 최근 회생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와 홈플러스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MBK 주요 경영진 등의 부정거래 혐의에 대해 검찰에 통보했다.

그간 MBK와 홈플러스는 지난 2월28일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 강등을 통보받고 기업회생절차를 준비해 지난 3월4일 신청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MBK와 홈플러스가 2월25일보다 앞선 시점에 신용등급 하락을 인지하고 사전에 기업회생 신청을 계획하고서도 이를 숨기고 단기채권(ABSTB 등)을 발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원장은 이날 “MBK와 홈플러스 측이 회생 신청 이후 보여준 모습을 보면 채무자 및 그 대주주와 채권단 간의 주객이 전도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채무자인 MBK와 홈플러스가 납품 업체, 임대인, 채권자 등의 희생을 강요하면서 정작 자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그러면서 “(MBK·홈플러스가) 납품 업체에 대한 상거래 채권을 정상적으로 변제하겠다고 여러 차례 발표한 것과 달리 변제가 지연돼 납품 업체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고, 3월부터 임대료를 지급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임대료의 감액을 임대인 측에 요구하고 있다”며 “이미 발표한 ABSTB 전액 변제도 다른 채권자들의 동의 및 법원의 허가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또, “이러한 상황이 지지부진하게 5~6월까지 이어진다면 향후 법원의 회생 계획안에 대한 합의 과정에서 오히려 채권자 등이 정상화 지연에 대해 더 비난받고 양보를 강요받는 역설적인 상황까지도 우려된다”며 “대주주가 사모펀드라고 하여 경영 정상화에 대한 책임을 다르게 취급한다는 것은 오히려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병주 회장 사재 출연, ‘개인 희생 프레임’은 본질 흐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700억원대의 사재 출연에 대해서는 “특정 개인이 몇백억을 출연했다 등 개인의 희생과 관련된 프레임으로 보는 시각은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며 “(김 회장이)출자를 안 한다고 하더라도 홈플러스의 주주가 기업운영과 관련된 자금을 얼마 정도 낼 수 있는 지가 중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청산가치보다 계속기업가치가 높을 경우 이 기업을 어떻게 재구조화 할지 고민해야하는데, (유한책임을 져야 하는) 주주의 권리보다 채권단의 권리가 우선돼야 한다”며 “주주의 책임 내용과 정도에 채권자들이 감수할 수 있는 희생 정도가 진정으로 설득됐는지가 워크아웃 절차의 핵심이라 본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향후 금융당국은 최소 5월 말까지는 태스크포스(TF)를 지속 가동해, 이어지는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한편 MBK 등에 대한 검사와 홈플러스 회계 감리 등을 통해 제기된 불법 의혹 등을 지속해서 규명할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 신청 정정 요구와 관련해서는 “정정 신고서를 다시 제출할 경우, 요구 사항의 반영 여부를 중심으로 신속하고 면밀하게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증자 규모 축소 및 제3자 배정 추진 등 증자 구조 변경이 주주 및 회사에 미치는 영향 등을 추가하고 일부 자금 사용 계획의 구체성 등을 보완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joo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