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유예 이은 한발 물러선 조치
美소매업계도 “매장 텅텅빌 것” 우려
미국 12개주 “트럼프 관세중단” 소송
미국 완성차 업체들의 강도 높은 로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자동차 업체들에 자동차 부품과 관련한 일부 관세를 면제할 계획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같은 조치가 현실화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적용 90일 유예(중국 제외)에 이어 또 하나의 관세 관련 ‘후퇴’ 조치가 될 전망이다.
23일(현지시간) FT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합성마약 펜타닐 수입과 관련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20%)와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철강·알루미늄 관세(25%)에서 자동차 부품은 면제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다만 25%의 관세율을 전면 철폐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산 마약 문제와 관련한 관세, 철강·알루미늄 관세에서 자동차부품에 예외를 주는 방식이다.
이는 기존에 여러 항목에 중첩적으로 부과되던 관세를 일부 품목에 한해서만 면제하거나 분리해 적용하는 ‘디스태킹(Destacking)’의 일환이다.
FT는 외국산 완성차 전체 수입에 대해 부과한 25%의 관세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전했다. 다음달 3일 시행될 예정인 자동차 부품에 대한 별도의 25% 관세 역시 유지된다.
FT는 “이번 양보는 자동차업체에 승리를 안겨주는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관세 정책에서 한 발 물러서는 또 다른 조치가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으로 인해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고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심각해지자, 특정 산업에 대해 예외를 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정책에서 잇달아 유턴 조짐을 보이는 것은 시장 불안과 미국내 여론이 악화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AP와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뉴욕주를 비롯해 미국 내 12개 주(州)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위법하다며 관세의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12개 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결정 권한을 가진 연방의회를 거치지 않고 위법하게 관세 정책을 펼쳤다며 이날 연방국제통상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소송 원고로 나선 주는 ▷뉴욕주 ▷오리건 ▷애리조나 ▷콜로라도 ▷코네티컷 ▷델라웨어 ▷일리노이 ▷메인 ▷미네소타 ▷네바다 ▷뉴멕시코 ▷버몬트 등 모두 12곳이다.
또 월마트 등 미국 최대 소매업체 대표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여파로 “매장이 텅텅 비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월마트, 타깃, 홈디포 등 소매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은 지난 21일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 물가는 오르지 않았으며 안정적이지만 곧 오를 것”이라며 “식품만이 문제가 아니며 (매장의) 진열대가 텅 비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공급망 혼란이 2주 내에 가시적으로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다른 정부 관계자들은 말했다.
미국 최대 소매업체들이 수주 내에 매장이 빌 것이라고 한 경고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처럼 보였다고 다른 관계자가 블룸버그통신에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국 관세에 대해서도 “매우 높다”면서 “상당히 내려갈 것”이라고 언급했으며 해임 위협을 했던 파월 의장에 대해서도 “해고할 생각은 없다”라며 입장을 바꿨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관세 및 파월 의장에 대한 발언 수위가 낮아진 것에 대해 CNN은 “소매업체들의 경고와 이번 주 시장의 변동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미국 경제 전반에 팽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3일 공개한 4월 경기동향 보고서(베이지북)에서 경제활동 상황 전반에 대해 “경제활동은 이전 보고서 발표 이후 거의 변화가 없었지만, 무역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수집된 보고의 전반에 걸쳐 만연하게 나타났다”라고 평가했다. 또 소비자들은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에 대비해 자동차 등 내구재 소비를 앞당긴 것으로 파악됐다. 정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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