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24일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추모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24일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추모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24일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추모 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를 집전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2013년 3월 13일에 제266대 교황으로 즉위하신 이후 우리에게 참된 신앙의 길을 몸소 보여주셨다. 사제들에게 ‘양 냄새 나는 목자’가 되라고 당부하시며 교회를 야전병원처럼 모든 이에게 열린 자비와 치유의 공간으로 만들자 하셨다”며 “이를 위해 당신의 사목 표어를 ‘자비로이 부르시니’로 삼으셨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은 예수 그리스도와의 인격적인 만남에서 오는 기쁨과 희망을 세상과 나눠야 한다고 말하고, 여러 연설에서 “용기를 가지고 앞으로 가라”고 격려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난민, 이주민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을 돌보고 창조 질서를 보호하는 데 힘쓸 것을 가르쳤다.

또한 교황은 청년들에게 깊은 애정을 가졌다고 정 대주교는 설명했다. 2027년 ‘세계청년대회’가 한국 서울에서 열리도록 선택했고, 주제 성구를 ‘용기를 내어라. 네가 세상을 이겼다’라는 성경 구절로 정했다. 힘들어하는 많은 청년이 희망을 발견하도록 이끌었다.

정 대주교는 “교황은 말씀뿐만 아니라 직접 삶으로 복음의 가르침을 실천하셨다. 선출 직후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넘어오는 많은 난민 문제가 심각했던 람페두사 항구를 첫 사목 방문지로 선택해 고통받은 이들과 함께하며 연대의 중요성을 몸소 보여주셨다. 성목요일 첫 새해 종례를 소년원에서 집전하면서 주님의 사랑이 모든 이에게 차별 없이 열려 있음을 몸소 증거하셨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과도 끊임없이 대화하며 소통과 포용의 교회를 이루고자 애쓰셨다”고 밝혔다.

교황은 한국교회와도 깊은 인연을 맺었다. 2014년 방한 당시 한국교회의 순교자들을 위해 로마 밖에서는 처음으로 시복 미사를 몸소 집전하며 신앙의 유산을 기렸고, 그 해 ‘아시아 청년대회’에서는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용기의 말씀을 전했다.

정 대주교는 “교황은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이고 기도하며 우리가 모두 평화의 길을 걸어가도록 거듭 당부하셨다. 이런 염원을 담아 2024년 11월 ‘세계청년대회’ 십자가 전달식을 하던 바티칸에서 교황님은 다시금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표현하기도 하셨다”며 “비록 그 바람을 이뤄지지 않았지만 교황님의 사랑과 기도의 마음은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물러 있다”고 회고했다.

이어 “교황님이 남기신 말씀과 삶의 모범은 우리의 여정에 등불이 된다”며 “우리가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며 복음의 기쁨과 자비를 행동으로 실천할 때 교황님의 가르침이 우리 안에 진정 살아 숨 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생전 늘 언제나 ‘저를 위해 기도해주십시오’ 하고 겸손히 부탁하셨던 교황님을 기억한다”며 “교황 프란치스코가 올바른 말과 모범으로 양 떼를 보살피시다가 당신의 부르심을 받아 오늘 당신 품에 안기오니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에게 비추소서”라고 기도했다.


p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