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 에쿼티 대비 선호…운용사 펀딩 활황

금리인하기 ‘안정성+수익률’ 고심 본격화

대형 투자 증가 예상, 담보 대신 자본이익 방점

[chatGPT 통한 제작]
[chatGPT 통한 제작]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가 크레딧 펀드 출자를 확대한 지 1년 만에 2조원 가까운 자금이 모이고 있다. 투자 여력을 갖춘 운용사는 금리인하기 안정성과 수익률을 모두 잡을 전략 세우기에 한창이다. 고금리 시기 자취를 감췄던 ‘빵빵채권(쿠폰금리·만기수익률 0%)’의 부활에 시장 주목도가 높아졌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국민연금공단, 새마을금고, 군인공제회, 우정사업본부 등 주요 LP가 크레딧 펀드 출자를 결정했다. 고금리 시기 투자 안정성과 운용 수익을 끌어올릴 투자처로 크레딧 펀드가 부각된 탓이다. 에쿼티(자기자본) 투자인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펀드와 달리 원금이 확실히 보장돼 손실 위험을 줄일 수 있다.

LP의 크레딧 출자 선호에 힘입어 글랜우드크레딧은 6000억원 규모의 첫 번째 블라인드 펀드를 선보인 상태다. IMM크레딧앤솔루션(ICS), 스틱인베스트먼트, SKS크레딧, VIG얼터너티브크레딧 등도 펀드레이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 운용사의 투자 여력은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크레딧 투자 전략으로는 직접대출, 채권과 주식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 메자닌 등이 꼽힌다. 운용사는 담보를 설정해 원금 회수 가능성을 높이고 배당이나 이자로 투자 기간 동안 현금흐름을 만드는 게 일반적이다. 하방 안정이 설정돼 에쿼티 투자 대비 기대수익률은 낮아 중위험·중수익 전략으로 여겨진다.

사모 크레딧 시장에 규모 있는 블라인드 펀드가 등장한 만큼 운용 전략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주요 운용사의 펀드 사이즈를 고려하면 개별 투자 건당 2000억원 안팎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중소·중견 기업보다는 유니콘이나 대기업이 크레딧 펀드의 유동성 수혜를 누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로 ICS는 아워홈 인수를 추진 중인 한화그룹에 2500억원 지원을 준비 중이며 글랜우드크레딧은 K-뷰티 플랫폼 실리콘투 메자닌에 1440억원을 베팅했다.

금리인하 분위기 속에서 기대수익률을 창출하는 거래 구조도 요구된다. 시장에서는 ‘빵빵채권’이 재차 존재감을 드러낼지 주목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크레딧 펀드는 하방 안정이 중요한 만큼 담보가 필수지만 우량한 기업에 투자하며 두 자릿수 내부수익률(IRR) 보장을 요구하는 동시에 담보까지 받기란 쉽지 않다”라며 “결국 투자 수요가 모일 곳은 금리 조건 없는 대기업 상장사 메자닌”이라고 말했다.

빵빵채권은 유동성이 풍부했던 2020년~2021년 사이 기관들이 앞다퉈 투자하던 상품 중 하나다.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 등을 무이자 조건에 인수하고 추후 주식으로 전환해 시세차익을 얻는 게 핵심이다. 채권에서 기대되는 이자 수익은 포기하되 주식 투자의 자본이익에 방점을 찍은 형태였다.

만기 도래 이전에도 풋옵션이나 콜옵션으로 원금을 상환 받을 수 있으나 투자에 대한 대가는 한 푼도 건지지 못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만약 주가 상승에 실패할 경우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사실상 손실이 불가피하다.

물론 빵빵채권은 주가 상승 이후에야 차익을 실현할 수 있어 에쿼티 투자 성격이 짙다는 평가도 있다. 다만 투자 기업의 주가가 유의미하게 높아진다면 펀드 전체의 성과를 견인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이미 ICS는 HD한국조선해양 빵빵채권에 투자한 상태다. 3000억원 규모 EB를 인수했으며 교환 대상 주식은 HD현대중공업이다.


ar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