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공릉·월계동 서울서 홀로 하락

신축 ‘저평가’ 조합분 낮게 청산영향

구축, 상승기대 적어 거래량 ‘뚝뚝’

노원구 집값이 서울에서 유일하게 하락세다. 사진은 2028년 입주를 목표로 공사가 한창인 ‘서울원아이파크’ 현장 모습 정주원 기자
노원구 집값이 서울에서 유일하게 하락세다. 사진은 2028년 입주를 목표로 공사가 한창인 ‘서울원아이파크’ 현장 모습 정주원 기자

“동네에 신축이 없고 대부분 2000년대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라 젊은 신혼부부 중심의 투자자 수요가 적네요. 강북 재건축 최대어 미륭·미성·삼호 아파트가 정비구역 지정을 곧 앞두고 상승세인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제자리걸음입니다.” (월계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지난 17일 오후 노원구 공릉동·월계동 일대에는 광운대역세권사업과 2028년 입주 예정인 ‘서울원아이파크’의 공사가 한창이었다. ‘베드타운’의 오명을 벗고 천지개벽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고조되는 가운데, 실거래 분위기는 상반된 모습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공릉동 ‘태릉해링턴플레이스’ 전용 74㎡는 지난달 25일엔 9억75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달 12일 6억9000만원에 계약서를 썼다. 이 아파트는 2021년 준공돼 공릉동 일대에서 귀한 신축 아파트다.

인근에선 한달 새 3억원 가까이 떨어진 건 가족간 증여나 특수 거래로 보고 있다. 최근 전세가(6억3000만원)과 6000만원 밖에 차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10억원 아래 거래가는 2022년 기록한 최고가 11억9000만원보다 2억원 이상 낮다.

공릉동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조합 매물 보류지가 조합 청산으로 지난해 시세대비 1억원 가까이 싸게 처분되며 저평가돼 있다”면서 “최근 거래된 10개 매물 중 5개가 (실거주가 아닌) 투자 매물일 만큼 저평가된 신축 매물에 갭투자가 몰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인근 구축 아파트는 더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정주여건 때문에 실거주 수요도 뜸한데, 투자자 유입마저 주춤하고 있다. 거래 자체가 감소세를 보이다 보니, 매매가도 하락세다. 노원구 공릉동 ‘두산힐스빌’ 아파트 전용 60㎡는 지난달 7억원대에 거래되다 이번 달 6억원대로 하락했다. 이는 최고가 대비 1억5000만원 이상 빠진 금액이다.

광운대 역세권 개발·재건축 호재 단지인 ‘미미삼’ 아파트 인근에 있는 노원구 월계동 ‘그랑빌’ 아파트 역시 힘을 못 쓰고 있다. 그랑빌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20일 9억1900만원까지 거래됐으나, 가장 최근에는 30일 8억8500만원에 거래되며 9억원 밑으로 내려갔다.

월계동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매물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고층 물건이 매매 호가 9억1000만원까지 나와 있으나, 오랫동안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8억원대까지 가격 조정에 들어가지 않으면 거래가 쉽지 않아 보인다. 4월에는 아직 거래가 이뤄진 게 없다”고 설명했다.

토지거래허가제 이슈로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오르고 매수세가 주요 자치구 선호단지 중심으로 살아난 가운데, 노원구는 이러한 효과도 보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 1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3월 전국 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유일하게 노원구만 전월대비 0.01%포인트 하락했다. 서울 외곽지역 ‘노도강’으로 함께 묶이던 도봉구와 강북구도 각각 0.04%와 0.05%의 상승률 기록하며 약진했다.

서울 전체로 봐도 노원구 홀로 하락세를 보인다. 지난달 서울 주택종합매매가격은 0.5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기록한 최대 상승률로, 특히 토허제 해제와 확대재지정이 이뤄진 2월·3월에 강남 3구·용산구를 비롯한 한강 인접 지역인 성동·마포·강동도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는 노원구 일대가 정비사업과 관련된 수익 전환 국면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노원구는 서울에서 거래량이 가장 많은 편에 속했다. 저가의 아파트에 실거주하며 중계동 교육 수요와 4호선 중심의 출퇴근도 가능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추세가 신축 위주로 움직이고, 외곽에서 집을 팔고 똘똘한 한 채로 강남·한강 변에 집결하는 시류로 바뀌었다. 여러 호재가 있지만, 재건축이 더디고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지 않아 수요가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주원 기자


jookapook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