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법무부에 출입국 단속 개선 권고
사업장 수색 때 ‘영장 원칙’ 도입 요청
안전요원 배치·단속 종료 고지도 개선
법무부, 3개월 내 권고 수용 여부 회신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대구 성서공단에서 출입국 단속을 피해 숨어 있다 추락해 숨진 베트남 이주노동자 고(故) 뚜안씨 사건을 계기로 단속 방식을 개선하라고 법무부에 권고했다. 현장 적발식 단속을 줄이고 사업장 수색·신병 확보는 원칙적으로 영장에 따르도록 하라는 내용이다.
2일 인권위는 지난달 9일 법무부 장관에게 출입국 단속 대상자의 생명·신체 안전과 적법절차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뚜안씨는 지난해 10월 28일 대구 성서공단의 한 자동차부품 제조공장에서 출입국 당국의 단속이 시작되자 공장 3층 창고에 몸을 숨겼다. 단속반은 오후 3시50분께 수색을 끝냈고 오후 6시10분께 현장에서 모두 철수했다. 뚜안씨는 오후 6시27분까지 지인과 연락을 주고받은 뒤 창고 인근 창문에서 추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뚜안씨 아버지는 같은 해 12월 출입국 단속으로 뚜안씨의 생명권이 침해됐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단속이 도주·은신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단속반원이 뚜안씨를 직접 추격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았고 철수 뒤 추락한 점 등을 들어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진정은 기각됐다.
다만 인권위는 단속 과정에서의 안전관리 소홀을 지적했다. 통상 법무부는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단속 때 안전요원을 투입한다. 뚜안씨 단속 때에는 안전요원 7명이 동행했으나 수색이 완전히 종료되기 전에 현장을 떠나거나 다른 업무를 보는 등 사고를 예방 활동에 소홀했던 것이 드러났다. 인권위 관계자는 “지침에 단속 종료 시까지 있어야 한다고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안전요원의 역할 자체가 사건·사고 예방인 만큼 현장에 있었어야 했다”며 “이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3층까지 수색이 이뤄졌지만 뚜안씨는 발견되지 않았다. 인권위 관계자는 “당시 3층 창고에 이동식 에어컨 등이 많이 쌓여 있었다”며 “그 안쪽에 숨어 있어 발견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인권위는 단속 종료 사실을 숨어 있는 노동자에게 알리는 절차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뚜안씨가 단속이 끝난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장시간 은신하다 추락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통상 사업주에게 단속이 끝났다는 취지로 이야기하는 관행은 있다”며 “위험한 시설에 숨어 있는 노동자도 알 수 있도록 사업주가 공개적으로 알리는 절차를 만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사업장 내부 수색과 신병 확보에는 ‘영장 원칙’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공장에 진입해 외국인을 수색·확보하는 행위가 사실상 압수·수색이나 체포와 유사한 강제처분 성격을 갖는다는 판단이다. 이에 원칙적으로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따라 집행할 수 있도록 법령과 지침을 정비하도록 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법무부에서 법률 개정으로 할 것인지, 지침상 가능한 절차를 마련할 것인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개별 미등록 체류자를 현장에서 적발하기보다 불법 취업 알선 브로커와 불법파견·인력공급 등 미등록 체류를 유발하는 구조를 차단하는 방향으로 단속 정책을 전환하도록 했다. 피단속자의 진술거부권·변호인 조력권 등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고지하고 노후 보디캠을 교체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법무부는 현재 인권위 권고 내용을 검토 중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전반적인 내용을 검토한 뒤 90일 이내 회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jookapooka@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