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종가 기준 올해 연기금 코스피 순매수액 6.6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2008년 7.4조 이후 17년 만에 최대치

“연기금, ‘저평가’ 韓 증시 장투 목적 매수세”

‘자사주 매입’ 기타법인 순매수액 올해만 7.4조…전년比 3배

[챗 GPT를 사용해 제작함, 연합, 신동윤 기자 정리]
[챗 GPT를 사용해 제작함, 연합, 신동윤 기자 정리]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發) 글로벌 ‘관세 전쟁’의 파고가 높아지며 불확실성이 극대화한 가운데도 코스피 지수가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며 지지력이 돋보인 데는 연기금과 자사주 매입의 힘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연기금의 순매수액은 6조6000억원에 육박,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동기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자사주 매입을 의미하는 ‘기타법인’ 순매수액도 7조4000억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 기록을 새롭게 썼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 종가까지 ‘연기금 등(이하 연기금)’의 코스피 순매수액은 6조5811억원에 달했다. 매년 같은 기간 기준으로 지난 2008년 기록한 7조3718억원 이후 17년 만에 최대치다.

두 시점의 공통점은 미국에서 시작된 대외적 불확실성이 극대화하며 국내 코스피 시장에 강력한 하방 압력을 가할 때 연기금이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 연기금 순매수세는 ‘비상계엄·대통령 탄핵’이란 정치적 불안과 함께 불어닥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격’에 노출됐던 코스피 지수의 급락세를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 17년 전엔 미국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코스피 지수가 가파르게 떨어질 때도 연기금이 안전판 역할을 했단 평가를 받는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연기금 순매수세는 증시 내 수급상의 저점을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개인 투자자는 물론, ‘큰손’ 외국인 투자자의 투심을 개선해 주가 반등 탄력을 더할 것이란 기대감으로 이어진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미 행정부가 국가별 ‘상호 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한 상황이지만,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등에 대한 ‘품목 관세’가 그대로 유지된 만큼 관세 리스크는 ‘현재 진행형’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기에 미국이 중국을 향해 ▷145% 관세 부과 ▷중국 해운사 및 중국산 선박 대상 미국 입항 수수료 부과 ▷코로나19 중국 기원론 주장 등의 공격을 가했고, 중국은 미국을 향해 ▷125% 관세 부과 ▷희토류 수출 금리 ▷미국산(産)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중단 등의 ‘맞불’을 놓으며 ‘치킨게임’을 벌인다는 점도 국내 증시엔 부담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연기금의 코스피 매수세가 단순 방어적 측면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수익을 노린 포석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지난 18일 종가 기준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은 13.02배, 주가순자산비율은 0.87배로 충분히 상승할 여력이 있는 저평가 영역으로 평가된다”면서 “‘저가 매수’를 통해 장기적 투자 관점에서 연기금이 매수로 대응한 것”이라고 봤다. 이어 “미국 등 해외 주식 대비 국내 주식의 성과가 더 나은 점도 연기금의 국장 투자로 이어지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올해 들어 코스피 지수는 전날 종가까지 3.71%(2399.49→2488.42) 올랐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9.98%)·나스닥종합지수(-15.53%)·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7.67%),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닛케이225, -12.79%)와 비교했을 때 훨씬 더 나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월별 기준으로도 지난해 8월 이후 연기금은 코스피 시장에서 9개월째 순매수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특히, 이달 들어서만 2조2561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하며 해당 기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기금의 순매수세에 더해 역대 최대 규모의 자사주 매입 행렬도 코스피 지수 급락을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톡톡히 했단 평가가 나온다.

주요 기업의 자사주 취득 결과가 담긴 ‘기타법인’ 순매수액은 올해만 전날 종가까지 7조4047억원을 기록했다. 기존 동기간 역대 최대치인 지난 2020년(2조5435억원)과 비교했을 때 약 3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자사주 취득에 따른 순매수세가 코스피 ‘대형주’에 몰렸다는 점도 지수 방어에 탁월한 효과를 미쳤단 분석이다. 올해 들어 종목별 ‘기타법인’ 순매수액 톱(TOP)5엔 삼성전자(3조3578억원), 한화오션(1조1798억원), 현대차(6283억원), 삼성전자우(3709억원), 셀트리온(3511억원) 순서로 이름이 올랐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국내 증시 주요 대형주의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과 주주 가치 제고 움직임의 배경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추진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