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딥페이크 주번 박모(40)씨. [서울경찰청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9/news-p.v1.20250418.4ae87c77d95048e4a864237b928573bb_P1.png)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서울대 동문 여성의 얼굴을 음란 영상·사진과 합성해 2000여개에 달하는 허위 영상물을 유포한 이른바 서울대 딥페이크 사건 주범이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 일부와 합의한 점을 참작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부장 김성수·김윤종·이준현)는 지난 18일 성폭력처벌법 위반(허위 영상물편집·반포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주범 박모(41)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9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공범 강모(32)씨 또한 징역 4년에서 3년 6개월로 감형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와 달리 항소심에서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 항소심에서 피해자들과 추가 합의를 위해 노력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주범 박 씨는 항소심에서 피해자 5명과 합의했고, 공범 강 씨는 1심과 항소심을 통틀어 13명의 피해자와 합의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인 또는 주변 사람들의 얼굴 사진을 이용해 성적 모멸감이 드는 합성사진과 동영상을 만들어 죄질이 불량하다. 특히 박 씨의 경우 피해자들에게 전송해 농락하기까지 했다”며 “딥페이크 성범죄는 기술 발전과 더불어 폭증하고 있다. 엄벌을 통해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검찰은 지난 5월 박 씨가 2021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여성의 졸업사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진 등을 딥페이크 기술로 음란물과 합성해 소지·배포한 혐의로 기소했다. 피해자는 서울대 동문 12명을 포함 61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들을 대리한 김민아 공동법률사무소 이채 변호사는 “피해자와의 합의는 양형에 참작될 수밖에 없다. 5명이 합의했지만 (재판부가) 딥페이크 성범죄 심각성을 더 크게 본 것 같다”고 했다. 피고인들과 합의하지 않은 피해자의 수, 신원을 특정할 수 없어 합의 자체가 불가능한 피해자의 수 등을 고려해 딥페이크 성범죄에 경종을 울린 판결이라는 취지다. 다만 강 모씨가 공탁한 점이 양형 참작 사유로 감안된 점은 아쉽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딥페이크 성범죄는 판결이 내려진다고 해서 피해가 완전히 회복되는 것이 아니다. 범죄의 심각성을 감안한 양형, 딥페이크 성범죄와 관련돼 법이 바뀌는 부분 등을 통해 (피해자들이)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며 “딥페이크 성범죄는 사소한 문제도, 놀이 문화도 아니다. 여성의 신체를 조각내고 성적 대상화하는 범죄로 인정하고 있다”고 했다.
또 허위영상물 제작 교사와 제작자를 공범으로 인정한 것도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제작 교사와 제작자를 공동정범으로 인정한 것은 텔레그램 채팅방을 기반으로 수많은 참여자가 가담하는 ‘지인능욕’ 등 성범죄에 대해서도 참여자들을 처벌할 수 있는 판례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박 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며 “사회적으로 잘 나가는 여성에 대한 열등감과 증오심을 집단적·변태적으로 표출하며 대한민국의 법률을 조롱한 것이다. 국내 최고 지성이 모인 대학교에서 일상적인 졸업 사진, 여행 사진, 만삭 사진, 가족 사진 등을 이용해 성적으로 모욕하고 조롱해 인격을 말살시켰다”고 비판했다.
또 ‘딥페이크’가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교묘하게 합성돼 피해가 크다는 점도 강조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허위 음란물은 합성 여부를 확신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실제 피해자들의 내밀한 사진이 유출된 수준에 준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가상으로 제작한 음란물이라도 실제 사생활 사진이 유출된 것과 같은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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