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화학전쟁 대비는 국가안보 직결
GC녹십자 탄저백신 국산화 성공
SK바이오 A형간염 백신 임상 1상
기초연 mRNA 백신 작동원리 규명
![최근 국내 연구진이 생화학무기로 알려진 탄저균의 국산 백신화에 성공했다. 해당 백신을 질병관리청과 공동 개발한 GC녹십자 본사 모습 [GC녹십자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8/news-p.v1.20241211.9df82622c1ad409e9e6dbc504e87f3d5_P1.jpg)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내외 정치적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백신주권’의 중요성도 재차 부각되고 있다. 백신 국산화를 뜻하는 백신주권은 평소엔 국민 건강을 책임지지만, 전시 생화학전 등에선 국가안보와도 직결된다.
최근에는 생화학무기로도 알려진 탄저균의 국산 백신화에 성공하는 쾌거도 달성했다. 무려 개발 착수 28년 만이다. 이를 포함, 바이오업계가 연이어 국산 백신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기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 국가안보까지 담보할 수 있는 선의의 경쟁이다.
탄저균 테러는 현대전을 그리는 영화와 소설에서 자주 등장한다. 실제 미국은 이 공포를 직접 겪기도 했다. 2001년 일부 테러리스트가 ‘백색가루’를 넣은 우편물을 미국 전역에 보냈고, 이 사건으로 22명이 탄저균에 감염됐고 5명이 사망했다. 이를 계기로 미군은 현재까지 탄저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고 있다.
탄저는 소화기, 위장, 호흡기 등으로 감염된다. 사람의 경우 감염된 동물과 직접 접촉하거나 오염된 육류를 섭취하는 방식으로 감염된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독가스와 같은 ‘비대칭 전력’이 등장하면서, 탄저균은 생물학무기로 연구됐다. 나치 독일과 일본 제국이 대량살상무기로 활발하게 연구했다. 핵무기에 비해 제조 비용이 싸고, 희귀 물질이나 복잡한 기술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기침 등으로 전염이 없고, 장기간 생존이 가능해 공기 중 살포가 쉬우며, 치명률이 97%에 달한다. 특정 인물을 암살하는 데 활용하거나, 불특정 다수에게 직접 살포하는 테러 물질로 개발됐다. 우리나라는 1급 법정감염병으로 지정·관리 중이다.
특히 분단국가인 우리나라는 탄저 등 ‘생화학무기’에 대한 방어 태세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북한은 탄저, 보툴리누스 중독증, 콜레라 등의 병원체 13종을 보유 중이다. 이 중 탄저균과 천연두 바이러스를 생화학 무기에 사용하기 위해 개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생화학전에 쓰일 만큼 심각하지만 정작 탄저백신을 자체 생산하는 국가는 미국, 영국 등 극소수다. 가격이 비싸고 전략물자의 성격이 강해 원하는 만큼 갖춰놓을 수도 없다. 국내 역시 전량 수입에 의존했다.
![현미경으로 본 탄저균 [헤럴드DB]](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8/news-p.v1.20250418.faeac7ae676b4abeb0b6bd3adea44526_P1.jpg)
국내에서 탄저백신 개발에 나선 건 우려 28년 전인 1997년이다. GC녹십자는 질병관리청과 함께 백신 공정개발과 임상시험을 수행해 왔다.
그 결과 마침내 탄저백신 국산화에 성공했다. GC녹십자는 질병관리청과 공동 개발한 탄저백신(성분명 배리트락스주)은 지난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약품 품목허가를 취득했다고 18일 밝혔다. 국이 백신은 국산 신약 제39호의 주인공이 됐다.
탄저백신 배리트락스주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한 탄저백신을 의약품으로 상용화한 세계 최초 사례다. 탄저균의 방어항원(PA) 단백질을 주성분으로 해 기존 상용화된 백신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개선했다.
탄저균은 사람에게 감염될 경우 치명률이 매우 높아, 다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 3상 시험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백신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동물규칙을 적용, 임상 3상 시험 대신 동물실험을 수행했다.
탄저백신 국산화는 생화학전에 대비할 수 있는 ‘국가 안보 수호’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생물테러가 발생했을 때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충분한 물량을 상시 비축하고 있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 강한 국방력을 상징한다.
질병청 관계자는 “세계 최초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통해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낮추고 안전성을 확보한 탄저백신을 우리가 생산할 수 있고 보유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녹십자뿐 아니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백신 개발 성과도 순항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A형 간염 백신 ‘NBP1801’의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A형 간염 백신은 대표적인 기초 백신 중 하나이지만, 아직 제대로 국산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IBS) RNA연구단 단장 연구팀은 최근 코로나19 백신으로 널리 알려진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작동 원리를 최초로 밝혀내는 연구 성과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새로운 백신 및 치료제 플랫폼으로 mRNA 기반 기술을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감염병 백신 외에도 암백신, 면역 및 유전자 치료 등에도 활용된다.
이정호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교수는 “북한은 생화학무기를 상당한 수준으로 보유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안보의 측면에서도 무척 중요하다”며 “감염병 대응이라는 보건의 문제를 넘어 국가 안보의 핵심 축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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